곽대훈 충남대학교 국가안보융합학부 부교수
곽대훈 충남대학교 국가안보융합학부 부교수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일이 이미 잘못된 뒤에 손을 써도 소용이 없다는 것으로 비꼬는 의미로 주로 사용된다. 유독 대형 화재 사고가 발생하거나 건물이 무너지거나 정부청사와 같은 국가중요시설에 무단 침입자가 발생하는 등 안전 관련 사고가 발생하면 많은 학자와 실무자들에 의해 관계 당국의 미흡한 예방정책을 비판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로 인용된다.

2년 전 서울시 서초구 잠원동에서 지상 5층 건물이 철거 도중 무너지면서 차량을 덮쳐 4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고, 희생자 중 결혼을 앞두고 결혼반지를 찾으러 가던 길에 참변을 당한 예비신랑과 신부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잠원동 붕괴사고 후 유사 사고 예방을 위해 정부는 신고제로 이뤄졌던 건축물 해체 및 철거공사에 허가·감리제도를 도입하는 등 해체공사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였다. 정부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2021년 6월 9일 광주시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에서 철거 작업 중인 5층 건물이 무너지면서 정류장에 정차한 버스를 덮쳐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1:29:300 법칙이라고 알려진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에 따르면, 한 번의 대형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이미 그 전에 유사한 29번의 경미한 사고가 있었고, 그 주변에서 또한 300번의 부주의한 행동이 발생한다고 한다. 즉, 큰 사고 전에는 몇몇 작은 사고와 다수의 전조증상이나 이상 증상을 필수로 동반하는 것을 의미하고, 예방적 측면에서 보면 사소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무시하고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그 원인을 면밀히 파악하고 문제점을 조속히 해결한다면 대형사고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애석하게도, 상기 언급된 두 사고의 공통점은 철거 작업 중 건물이 흔들리고 이상한 소리 등 크고 작은 전조증상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만약 있을지 모를 붕괴사고 대비를 위한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고 위험신호를 무시하여 발생한 인재(人災)형 참사라는 점이다. 언제까지 우리는 소를 잃은 다음 외양간을 고칠 것인가? 이제는 소를 잃기 전에 외양간을 미리 고치는 지혜가 어느 때 보다 필요할 것이다. 곽대훈 충남대학교 국가안보융합학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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