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선 금강유역환경청장
정종선 금강유역환경청장
올 봄도 예외 없이 어린 시절 맞이하던 봄의 계절과는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순차적으로 피던 진달래, 목련, 벚꽃 같은 봄꽃이 한꺼번에 피고 지면서 짧은 봄을 누려야 했다. 최근 들어 예사롭지 않은 계절의 순환이 일상화하고 있다. 기상 통계에 따르면 과거 30년과 최근 30년을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여름은 19일이 길어지고 겨울은 18일이 짧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0년간 한반도의 기온이 1.4℃나 상승한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유엔 산하 유엔환경계획(UNEP)은 그간의 위성사진을 분석하여 아프리카 킬리만자로산의 만년설이 절반 이상 사라진 것을 확인하였다. 기후위기는 보이지 않는 먼 미래가 아니라 바로 우리 눈앞에서 진행되고 있는 절박한 현실이 되었다.

이제 겨울철에는 미세먼지가, 여름철에는 폭염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로 인한 삶의 피로도가 증가하고 있다. 홍수와 폭염같은 기상변화의 빈도와 강도가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기후재앙은 이제 생존의 문제로 우리에게 다가와 있다.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 펜데믹은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우리 앞에 펼쳐 놓았다. 우리의 일상은 달라졌고 소비, 고용 등 경제적 충격은 많은 희생을 가져왔다. 펜데믹을 통해 우리 국민들은 이러한 감염병 창궐이 근원적으로 환경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환경문제에서 우리는 피해자일까? 우리가 삶을 살아가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모든 것들은 언젠가는 우리 손을 떠나 처리해야 할 잠재적인 폐기물이다. 이렇듯 환경문제의 출발은 우리의 생산과 소비, 일상의 삶 속에서 시작된다. 그렇다면 환경문제의 해결은 바로 이와 같은 생산과 소비, 우리들의 삶의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변화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는 환경문제의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원인 제공자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19 감염병의 고통을 경험하면서 우리는 건강한 생태계의 중요성과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실감하게 되었다. 결국 환경문제 해결과 감염병 극복은 자연의 생태적 건강성을 회복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자연의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해 무엇을 우선시 해야할까? 바로 기후위기 극이다. 정부는 지난해 2050 탄소중립을 국제사회에 천명하였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치밀한 전략과 시나리오는 물론 에너지, 산업, 수송 등 부문별 치밀한 감축계획과 이행체계, 국민 모두의 참여와 실천이 병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개발사업 과정에서 생태적 건강성을 훼손하지 않고 불가피하게 개발을 해야 할 경우에는 훼손만큼의 생태적 복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우리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익숙해져 있다. 이제 더 나아가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자연과의 거리두기이다. 자연이 온전히 자연으로의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즉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불가피하게 훼손하였다면 이에 상응하는 생태적 회복을 통해 자연의 건강성을 유지시켜 주는 것이다. 건강한 자연이 인간의 건강도 지켜주는 것이다. 자연과 인간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호혜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자연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 일종의 생태백신인 것이다. 때로 불편을 감수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친환경을 넘어서 필(必)환경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최근들어 기업들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선언하고 실천하는 것도 필(必)환경을 향한 적극적 노력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자연의 생태적 건강성을 유지시켜 주는 자연과의 거리두기를 위한 환경적 실천이 코로나19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감염병을 예방하는 최고의 백신인 것이다. 정종선 금강유역환경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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