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표 청담어학원 세종브랜치 대표원장
임진표 청담어학원 세종브랜치 대표원장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미국 대통령의 손자가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유명한 대기업 창립자들이 미래를 위한 가장 좋은 투자는 중국어를 배우는 것이라고 했다. 마치 중국의 부상이 바로 앞에 다다른 것과 같이 사회 분위기가 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때 시작된 미국과 중국간의 신 냉전이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무역에서 시작해서 이제는 군사적 대치까지 가능한 일촉즉발의 상황이 됐다. 바로 내일 중국이 대만과 전쟁을 시작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 만큼 긴장이 고조되고 있으며 양측은 동맹국과의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양국 간의 대치 정국은 역사를 통해서 거듭해서 반복됐던 일이다. 새롭게 부상하는 세력과 기존 세력 간에는 무역 분쟁과 더불어 항시 무력적인 사태를 초래했었다. 2차대전 이후에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자유 진영과 구소련을 중심으로 하는 공산 진영과의 대립은 사실 큰 틀에서는 역사적으로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그것보다는 기축통화가 된 미국의 달러를 배경으로 초강대국 미국이 지배하는 사회가 이어진 것이고 지금도 역시 그 연장 선상에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전까지는 금으로 보관하고 있었던 만큼만 달러가 발행되던 것이 금과 달러의 연결을 부정하면서 전 세계의 유일무이한 권력을 가진 미국 달러를 바탕으로 미국은 초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해왔고 이러한 지위에 거스르는 국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러한 기조는 우방이라도 용납하지 않았으며 세계 경제 2위인 일본의 경우도 예외가 되지 못했다. 프라자합의는 잃어버린 10년의 실마리가 됐고 아직도 일본은 그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기대는 사실 홍콩사태 이후 급속하게 수그러들었다. 미국과 같은 민주주의 자유경제의 종주국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자유경제의 충실한 일원이 될 것으로 생각했던 중국에 대한 기대는 우려를 동반하게 됐다. 경제 규모에서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시기를 대부분의 학자는 2030-2040년경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현재와 같은 자유경쟁 세계 경제 구도하라는 전제가 따르는데 미국은 이러한 구도가 뒤처져 있는 잠재적 경쟁자에게 이익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전방위에서 중국과 중국의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으며 수출만으로는 경제 발전에 한계가 있는 중국의 약점을 공략해 내수 진작의 싹을 잘라버리겠다는 광범위한 전략을 발전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자연스럽게 중국어의 인기를 떨어뜨리게 됐다. 언어를 우리가 살아있는 생물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나라의 국력과 언어의 인기는 비례한다고 본다. 마치 몇 년만 지나면 중국이 세계중심으로 부상하고 자연스럽게 중국어 또한 주요한 언어가 된다는 생각은 중국 경제개방 30년이 지나도록 여전한 영어의 위상을 보고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다행인 것은 우리가 세계시장에서 경쟁 관계인 일본보다 실용 영어를 빨리 받아들인 것이다. 쓸모없는 암기 위주의 구식 영어 교육을 일본은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시작이 어떻게 됐든 이명박 정부 당시 `아뢴지` 이슈로 급속하게 언어 교육이 재편됐다. 원어민을 주축으로 한 실용 영어가 보급되면서 그 당시 학생들이 20년이 지난 지금에는 영어로 협상이 가능한 인재로 키워진 것이다. 일본과의 무역분쟁 당시 능숙한 영어능력을 기반으로 WTO에서 일본을 꼼짝 못 하게 한 일은 이러한 상황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중국의 부상을 용인하지 않는 미국의 모습은 중국어의 부상을 가로막는 영어의 위상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경제나 문화적으로 우위인 미국의 국력이 나날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영어의 위상 역시 더욱 강해질 것으로 필자는 보고 있다. 그와 더불어 기민하게 실용영어를 받아들인 우리나라도 빠르게 국력이 향상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전 세계의 팬들에게 너무도 능숙하게 영어로 소감을 발표하고 있는 BTS를 보고 있으면 그 기대는 점점 현실이 되어가는 듯하다. 임진표 청담어학원 세종브랜치 대표원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