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찬 건축사(바른건축사사무소 대표·순천향대 건축학과 겸임교수)
강영찬 건축사(바른건축사사무소 대표·순천향대 건축학과 겸임교수)
코로나19가 일상이 되어버린 게 벌써 1년 반이 넘어가고 있다. 이제는 마스크 없이 외출하는 것도 어색하고 퇴근할 때 저녁모임을 정하던 모습 또한 생소해졌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 우리 모두의 노력과 백신의 힘으로 조금씩 코로나19의 다음을 준비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아직은 긴장하고 조심하자. 조금만 더 이 지루한 일상을 참아가며 활기가 넘치는 시간을 준비할 때다. 코로나19로 많은 변화가 있다. 변화는 자연스럽게 우리 일상으로 찾아왔고 처음에는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새로운 문화가 되어 코로나19 다음에도 우리와 함께 할 것이다. 화상회의, 교육방식, 재택근무, 외식문화, 배달서비스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건축물을 생각하는 우리 가치관에도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건축물 안전과 관리, 실내공간이 우리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 건축물에 대한 관심사가 많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건축물 생애이력 관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건축물 관리 관련 정보, 건축물 관리계획, 건축물 관리점검 및 평가결과, 해체공사 결과, 내진 능력, 에너지·온실가스 정보, 화재안전성능보강 결과 등에 대한 정보가 지도와 함께 제공되고 있다. 아직 조사 중이고 자료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어서 모든 건축물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지금 생활하고 있거나 궁금한 다른 건축물에 대한 모든 자료를 클릭만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기존 건축법에 있던 정기점검에 대한 사항을 확대해 2020년 5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건축물관리법`에 근거해 건축물관리 기반 구축, 건축물관리점검 및 조치, 건축물 해체 및 멸실, 건축물관리 지원에 대한 사항 등 여러 주제로 건축물을 관리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 정기점검에 대해 알아보자. 다중이용업소가 있는 건축물, 연면적 3000㎡ 이상 건축물, 다중이용 건축물, 특수구조 건축물은 사용승인일로부터 5년 내 최초 실시해 3년마다 1회 실시하게 되어 있다. 대지, 높이 및 형태, 구조안전, 화재안전, 건축설비, 에너지 및 친환경 관리, 범죄예방, 건축물관리계획을 점검하는데 `건축물 관리는 잘 되고 있어`라며 당연하게 생각하겠지만 현실은 다르다. 관리를 소홀하게 하다 보니 불법으로 증축이나 용도변경을 하고 피난 동선에 물건을 적재해 사용하거나 주차장 자리에 칸막이를 하여 사용하는 것은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그러한 가치관을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안전 불감증도 이렇게 `깨진 유리창 이론`처럼 퍼져간다.

예를 들어 일반음식점으로 사용승인이 완료된 3층 규모 상가를 실내자전거가 가득한 운동시설로 용도변경 절차없이 사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일반음식점과 운동시설의 적용하중이 다르기 때문에 건축물에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계단에 화재가 일어나기 쉬운 재료로 광고물을 붙여놓거나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쌓아놓는다면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피난할 수 있을까. 내부 칸막이를 불법으로 해 그 공간을 사용한다면 소방관련 시설이 미비해 화재 시 적절한 대응이 되지 않을 것이다. 위급한 상황에 소방차, 소방관, 구조요원 접근이 가능할까. 끔찍한 인재가 발생해야 법의 일부가 개정되면서 서둘러 변화하는 우리 모습을 많이 접해왔다. 그 불행한 주인공이 누가 될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관심과 감시망이 있어야 건강한 건축물의 유지관리가 가능할 것이다. 생명을 불어넣은 멋진 건축물에 관심과 애정을 추가한다면 우리는 보다 더 좋은 공간을 제공받게 될 것이다.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황사, 미세먼지, 환기 등 보이지 않는 환경에 많이 예민해져 있다. 하지만 보여지는 건축물의 물리적 환경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건축물의 생애이력 관리시스템을 통해 우리 주변의 안전과 보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강영찬 건축사(바른건축사사무소 대표·순천향대 건축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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