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욱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산업수학기반연구부장
황동욱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산업수학기반연구부장
우리의 삶에서 남과의 관계와 이를 통한 상호작용은 매우 중요하다. 관계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교감하며 같이 무언가를 해나가기도 한다. 관계의 특성도 중요하지만 관계에 의한 상호작용의 크기 역시 중요하다. 우리의 삶에서 대부분의 관계는 비대칭적이다. 부모의 사랑은 자식의 부모 사랑보다 보통 크다고들 한다. 직장에서 상사의 말은 동료의 말보다 무겁고 부담스럽다. 사랑하는 연인간의 사랑이 대칭적이라면, 즉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는 다면 사랑싸움이란 단어는 없어지지 않을까? 연애의 과정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첨단 물리학의 한 부분을 이해해 볼 수 있을까?

우리 주변의 상호작용은 비대칭적인 경우가 흔한 것에 비해, 놀랍게도 자연현상, 특히 우주, 소립자 등을 다루는 물리학에서 다루어온 상호작용은 매우 대칭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뉴튼의 세 번째 역학법칙인 작용-반작용의 법칙을 벗어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메타물질, 비평형계, 신경망계 등의 첨단 과학에서 비대칭 상호작용을 할 때 나타나는 상태변화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상전이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기존의 물리학적 관점에서 이해하거나 구현이 어려운 특성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비대칭적 상호작용에 의해 예외점이라고 불리는 특이점 부근을 통과하는 상전이의 경우, 예외점의 특성으로 인해 공통적인 특성이 나타난다. 간략히 말하면, 상호작용의 크기가 크고 비대칭성이 작은 경우에는 질서 있게 정렬된 상태가 나타난다. 상호작용의 크기에 비해 비대칭성이 무시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손지기 상태가 나타난다. 손지기 상태의 경우 상호작용의 비대칭성에 의해 계의 한 부분이 다른 부분의 상태를 계속 쫓고 다른 쪽은 도망가는 상태로 서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빙글빙글 도는 상태를 뜻한다. 따라서 상호작용의 차이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상호작용의 크기를 점점 크게 만들면 손지기 상태가 처음에 나타나지만, 상호작용이 문턱 값 이상으로 커지게 되면 질서를 갖는 상태로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연애에서는 서로 호감을 갖고 탐색하는 `썸` 상태에서 시작해서, 사랑을 확인하고 연인이 되어 키워가는 상태로 상전이가 나타난다. 서로 호감을 갖는 상태를 2차원 xy평면위의 한 점으로 표시한다고 가정해보자. x축은 두 사람의 호감(표현방법)의 차이를 표시하게 하고, y축은 두 사람의 호감의 합을 표시한다고 해보자. 상호작용 즉 호감의 합이 매우 큰 경우는 썸의 단계를 넘어, 두 사람의 이끌림이 매우 유사해 사랑을 키워가는 상태로 진행할 것이다. 하지만 호감의 합의 크기보다 호감의 차이가 크거나 비슷하다면, 상대방의 표현을 쫓아가면서 자신의 호감을 표현할 것이다. 이때 이들은 밀당이나 사랑싸움과 같은 손지기 상태를 보인다. 당장이 아닌 시간이 지나서야 상대방 행위의 의도를 이해하게 된다, 이들은 멀어졌다 가까워짐을 반복하며 서로를 일정한 간격을 두고 마치 어딘가를 빙글 빙글 돌고 있는 듯한 관계를 지속한다. 그런 상태를 지속하다, 어떤 계기를 통해 서로의 호감의 표현을 조금 더 이해하고,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을 하게 된다. 이를 통해 표현의 차이보다 감정의 합을 커진 형태로 발전하게 되면, 둘 사이의 상호작용은 질서가 나타나게 되고 더 사랑하는 연인으로 발전할 것이다. 즉 연애에 성공하기 위해서 감정의 합뿐만 아니라 그 차이도 매우 중요하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 삶에는 비대칭적인 또는 동등하지 않은 관계가 무수히 많다. 만약 지금 어떤 사람과의 관계가 공전되는 것 같고 이해가 되지 않는 상태라면, 둘 사이의 작용한 상호작용에서 차별점보다는 상호작용의 크기를 키워나가는 것이 그 관계를 성공으로 만드는 비결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황동욱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산업수학기반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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