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병원 탐방] 을지소아청소년과병원

을지소아청소년과병원 정순이 원장은
을지소아청소년과병원 정순이 원장은 "소아청소년과 진료에 있어 무엇보다 환아에 대한 애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소연 기자
`어린이는 어른의 축소판이 아니다`란 말이 있을 정도로 성장기에 있는 소아청소년은 같은 병명의 질환이라도 그 증세와 경과 예후 등이 성인과 다른 경우가 많다. 특히 소아청소년 응급환자에 대해선 더욱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성인에겐 중요하지 않을 수 있는 상황도 체구가 작고 생리 기전 자체가 전혀 다른 소아청소년에겐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아청소년과에서 `소통`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소아청소년은 성인과 비교해 의사표현이 부족할 수 있기에 정확한 진단과 상황 판단을 위해선 환아와 함께 보호자를 대상으로 인내와 열린 마음으로 소통해야 한다.

대전 대덕구 송촌동에 위치한 `을지소아청소년과병원` 정순이(55) 원장은 소아 환자를 볼 때 증상과 질환에 대한 치료도 물론 중요하지만, 보호자와의 대화 또한 비중을 두고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아 환자를 앞에 두고 보호자와 무심결에 나눈 대화가 또 다른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 원장은 "언젠가 손주와 함께 방문한 할머니께서 우리 애는 평소에 잘 안 먹는다고 단정 지어 말씀하시길래, 말린 적이 있다"며 "아이가 그런 말을 들으면 자기가 정말 잘 먹지 않는 애라고 생각하고, 진짜 안 먹게 될 수도 있다. 아이들은 그런 말 한마디에 영향을 크게 받아서 스트레스를 유발하기도 하고, 습관으로 굳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원장은 무엇보다 환아에 대한 애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낯설고 두려워하고 있는 환아를 진정시키고 공감대를 형성해야만 진료도 원활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원장은 "보호자분들이 아이가 진료 시 다른 데서는 우는데, 제가 진료를 하면 잘 울지 않는다고 말씀하신다. 아마 그건 제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이 진료실로 들어오면 너무 예쁘고 귀여워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그게 아이들에게 전달돼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을지소아청소년과병원은 지난 2000년 을지소아과의원으로 개원한 뒤 2017년 12월부터 입원 환자까지 볼 수 있는 병원으로 전환해 대덕구 지역 유일 아동병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을지소아청소년과병원은 코로나19로 소아청소년과를 중심으로 의료업계가 타격을 입는 가운데에서도 환아들을 위한 맞춤형 의료 서비스 업그레이드가 진행 중이다. 한 층을 감염 환아만을 위한 진료 공간으로 할애하기 위해 각종 시설과 장비를 구축 중이다. 이를 통해 호흡기 등 감염 환아에게 특화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타 질환 환아에겐 혹시 모를 감염 확산 차단과 보호자의 불안을 없애겠다는 구상이다. 종합병원급 규모가 아닌데도 지역 환아를 위한 과감한 투자에 나선 것이다.

정 원장은 "될 수 있으면 이 한 공간에서 소아청소년 질환과 관련해 다 처리할 수 있는 토탈 의료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병원을 탈바꿈 중"이라면서 "발달 환아 언어 치료 등도 추진하기 위해 구상 중"이라고 소개했다. 정 원장은 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재직 당시 소아 신경 발달 질환과 관련해 발달 장애·간질 환아에 대한 치료 경험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에서 긴 시간 운영된 만큼 소중한 인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 원장은 "개원 시점이 오래된 만큼, 개원 초기에 다녔던 아이가 성인이 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다시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며 "어렸을 때 봤던 아이가 엄마가 돼서 자기 아이를 데려올 때, 뭔지 모를 감동을 느끼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정 원장은 끝으로 을지소아청소년과병원에 대해 "실력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는 역할이 가장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환아에 대한 질환 치료뿐 아니라 정신과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도우미 역할을 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원장은 순천향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충남대 의학석사와 순천향대병원 인턴을 수료하고 순천향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등을 지냈다. 현재 을지소아청소년과병원 원장을 맡으면서 순천향대병원과 을지대병원 외래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장진웅·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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