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문화재위원회 회의서 의견 모여, 내달쯤 최종 결정 예정
시민들은 찬성 근소한 우세…남간사유회 "원형 복원해야"

3일 대전 동구 가양동 우암사적공원의 모습. 사진=김범진 기자
3일 대전 동구 가양동 우암사적공원의 모습. 사진=김범진 기자
대전 문화유산인 동구 가양동 우암사적공원 정문이 지난 3월 승용차 돌진으로 무너진 가운데, 정문을 원상 복구가 아닌 개방형 미닫이식 자바라문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찬반 논란을 빚고 있다.

3일 대전시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열린 문화재위원회 회의에서 무너진 우암사적공원 정문이 있던 자리에 자바라문을 설치하기로 잠정 결론이 났다.

시 관계자는 "설치될 자바라문의 형태나 디자인, 재질 등 세부적인 사안을 보완한 뒤 결론이 날 것"이라며 "한달 뒤 쯤 열리는 회의에서 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대전시 여론조사에서 자바라문 설치에 대한 찬성 의견이 반대보다 높게 나온데다 지역문화단체들도 기존 대문보다 개방형 출입구가 낫다는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시가 지난달 14일부터 21일까지 8일간 우암사적공원 정문 등에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322명 중 197명(59.3%)이 개방형 자바라문 설치에 동의했다. 135명(40.7%)은 기존 정문의 원상 복구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양동 주민 한 모(60·여) 씨는 "매일 아침 공원 주변으로 산책을 나올 때마다 커다란 대문이 눈앞을 막아서 답답한 느낌이 들었는데, 사라진 다음엔 탁 트인 모습이 오히려 훨씬 보기 좋다"고 말했다. 역사문화단체인 대전문화유산울림 안여종 대표는 "지역 문화유산 단체에서도 개방 결정이 잘 된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면서 "대문이 사라져 계곡 등 풍경이 개방된 현재의 모습이 오히려 공원이 조성되기 이전의 원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우암 송시열 선생 추모 단체 등에선 공원 조성 취지와 역사성 등을 고려해 원형 복구를 요구하며 자바라문 설치에 반대하고 나서 갈등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암 추모 단체인 남간사유회 송준빈 대표는 애초 사적공원이 조성된 취지를 살려 기존 정문을 원형 복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송 대표는 "우암 송시열 선생은 대전 출신 인물들 중에서도 가장 존경할 만한 역사적 인물"이라며 "30년 전 대전의 가장 특색 있는 장소로 선정돼 조성됐던 곳인 만큼 애초 취지에 맞게 전승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송 대표는 또 "대전시 여론조사에도 문제가 있다"면서 "시민 전체에게 공정하고 제대로 된 절차를 밟아 나온 결과라면 인정하겠지만, 지금의 여론조사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3월 29일 우암사적공원 방향으로 70대 남성이 운전한 승용차가 돌진하면서 정문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무너진 정문은 현재까지 사고 당시의 모습으로 남아있다. 김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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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무너진 흔적이 남아있는 우암사적공원 정문. 사진=김범진 기자
3일 무너진 흔적이 남아있는 우암사적공원 정문. 사진=김범진 기자
우암사적공원 건립 당시인 지난 1998년 세워졌던 기념비. 사진=김범진 기자
우암사적공원 건립 당시인 지난 1998년 세워졌던 기념비. 사진=김범진 기자

김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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