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2부 박우경 기자
취재 2부 박우경 기자
대전에는 오랜 시간 묵묵히 자리를 지킨 노목(老木)이 많다. 대표적인 노목은 서구 괴곡동 새뜸마을에 위치한 느티나무다. 수령은 700년 가량으로 높이는 16m, 둘레는 9.2m에 이른다. 이 느티나무는 지난 2013년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545호로 지정됐다. 매년 칠월 칠석이면 마을사람 모두가 나무 앞에 모여 한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칠석제를 올렸다. 유성구 봉산동 느티나무(수령 약 480년), 동구 식장산 단풍나무 (수령 약 200년) 등이 있다. 나무들은 오랜 시간 마을 사람들과 동고동락 해왔다. 지역의 살아 있는 역사라 해도 부족하지 않다.

하지만 정작 대전의 행정당국은 지역 수목이 지닌 역사성과 문화재적 가치를 등한시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지난 1월 대전시가 옛 충남도청 일원에서 생육중인 향나무 120여 그루를 고사시킨 데다, 시 산하기관인 테크노파크가 건물을 가린다는 이유로 느티나무를 무차별 전정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 서다. 이 느티나무들은 충분한 토양 환경과 수분 공급 등 관리에도 소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느티나무 6그루 중 3그루는 관리 소홀로 고사한 상태였다. 생육 환경에 구애받지 않는 느티나무가 고사할 정도면, 관리자의 손이 전혀 닿지 않았을 것으로 것으로 추측된다. 대전시의 수목 방치 행태는 최근 자치구로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지난달에는 대전시 보호수로 지정돼 사랑받던 300년 수령 유천동 왕버들나무가 폐기됐다. 중구의회는 지난해 행정사무감사에서 "유천동의 유래이자 향토문화재인 버들나무가 방치되고 있다"며 행정당국에 관리를 요청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5개월도 안돼 나무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 같은 행태와 달리 대전시의 휘황찬란한 수목 사업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시는 지난달 2일 대전 도심 곳곳에 숲 1000개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총 사업비만 4150여 억 원이 투입된다. `도심 곳곳 어디서나 푸르게, 일상에서 누리는 녹색복지`를 실현하겠다 게 골자다. 심어진 나무들을 무차별 벌목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다시 심고 있는 셈이다. 정말 시민들의 녹색 복지를 위한다면 심어진 나무부터 철저히 관리하길 바란다. 취재 2부 박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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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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