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해온 가게, 이젠 지역과 함께 상생하고 싶어요." 대전 중구 패션거리에서 무대의상 제작 가게인 샬롬샵을 운영하고 있는 김옥희(64·사진)씨는 하나의 목표가 있다. 누구든지 편하게 찾아와서 옷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는 `상생`이라는 김씨의 소망에 따라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김씨는 20년도 전부터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실천해 오고 있다. 그는 패션거리 상인들과 함께 1990년대 후반부터 각종 무대의상을 직접 만들어 동네에서 주민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패션쇼를 열어 오고 있다. 패션쇼에는 종종 손님들이, 또 나이 지긋한 주민들이, 지역 대학 패션모델학과 학생들이 모델로 서 왔다. 이는 지역사회와의 소통은 물론 지역 인재들이 정식 패션모델이 되기 전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토대가 되곤 했다.

김씨는 이에 더해 지역인재들의 뒷받침 역할도 자처했다. 지역대학과 협력해 패션학과 학생들이 취·창업 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함께 옷을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디자인 능력은 뛰어나지만 아직 실전 경험이 적어 직접 옷을 만드는 능력은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 마련됐다. 학생들이 옷을 디자인하면 김씨와 상인들이 그 디자인을 토대로 옷을 직접 만들어 발표도 하고 판매도 한다. 김씨와 상인들은 옷 만드는 삯을 조금 받고 판매금액은 모두 학생들에게 가도록 하고 있다.

김씨는 "패션 관련 전공을 수료한 학생들은 대학 졸업 후 지역에서 갈 곳이 없어 서울로 많이들 간다"며 "하지만 서울은 워낙 생활비도 많이 들고 페이도 열정페이니 뭐니 조금 주는 업체가 많아 다들 못 버티고 다시 지역으로 내려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식으로 경력이 단절되는 학생들이 안타까워 상인들과 지역 대학과 많이 논의한 결과 이런 프로그램으로 인큐베이팅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앞으로 또 다른 상생의 장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옷 만드는 법을 배웠던 사람이든, 아예 모르는 사람이든 누구나 편하게 찾아와 무료로 옷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다. 김씨는 "경력 단절된 여성이나 옷에 관심 많은 남성들, 다문화 가정 등 옷을 배우고 싶은 사람이면 누구나 와서 수강료 없이 옷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열린 공간을 만들고 싶다"며 "평생 해온 가게에서 지역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자체가 감사하다"고 전했다.정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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