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원 호서대 건축토목환경공학부 교수
이건원 호서대 건축토목환경공학부 교수
인류의 역사는 도시의 역사와 함께 했다. 도시를 인류의 또 다른 고향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도시는 근대 이르러 급격한 도시화 과정을 거치며 폭발적인 확장을 하고 있다. 2010년 세계 인구의 52%가 도시 지역에 살고 있었는데 2050년에는 67%의 사람들이 도시로 몰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리의 도시화율은 이보다 훨씬 높아 2021년 기준 81.4%에 이른다. 도시 경관의 대부분을 이루는 것은 단연 건축물이다. 도시와 건축은 구상적인 생활의 영역이므로 경제, 사회, 문화 등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건축은 기술 발전은 물론 사회·경제적 발전에 힘입어 그 크기가 커지고 기능과 용도가 복합화됨에 따라 점차 `도시화`되어 가고 있다. 단일 건축물이 도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커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근대 모더니즘 건축의 등장 이래로 건축 디자인에 있어서 도시적 맥락에 종속되기보다 건축가의 의지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과 일맥상통한다.

여전히 많은 전문가들은 도시를 구성하는 대표적인 하위요소 중 하나로 건축을 이해하고 있다. 도시를 이루는 많은 건축물들은 이름 없는 건축사들에 의해 지어지고 있다. 건축물이 군집함으로써 도시적 맥락, 도시 경관을 빚어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건축물은 어디서 본 듯 하기도 하고 바로 옆 두세 건물 건너 똑같은 건물이 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사람들은 집장사 집이라고 건축사들을 집장사에 비유하며 조소하기도 하고 속물스러운 건물이라며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필자는 건축물을 의류 패션에 빗대곤 한다. 패션쇼장에서 보이는 독특하고 눈에 띄어서 도저히 그 옷을 입고 길거리를 다니거나 생활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 옷이 있는가 하면 어디서 본 듯하기도 하고 정말 대놓고 똑같은 옷도 있다. 분명 전자의 옷은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으로 불리고 그런 옷들이 그 해의 컬러와 스타일을 선도한다. 영감을 받은 세컨드, 서드 브랜드 디자이너들은 비슷하지만 생활에서 충분히 입을 수 있는 옷을 대량으로 만들어내고 우리들 대부분은 그 옷을 소비한다. 건축도 그렇다. 해외 유명 건축가의 독특한 건축 디자인이 몇 년 후에는 동네에서 찾아보기 쉬운 디자인 요소로 자리잡는 경우가 허다하다.

삶을 영위하는 건축물은 평범한 건축사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평범한 건축물이 모여서 도시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건축을 도시건축(Urban Architecture)이라고 부르고 싶다. 도시건축은 그 도시, 더 나아가 그 나라의 분위기와 상징을 만들어 간다. 우리가 비행기를 타고 해외 공항에 내리기 전에 그 나라의 도시가 갖는 이미지들은 대부분 도시건축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리스 도시가 갖는 흰색의 기억과 스페인 도시들이 갖는 붉은 색의 인상 이런 것 말이다. 우리는 해외를 방문하며 건축물의 특성에 놀라워하고 그네들 도시의 정갈함을 부러워하며 곧 우리 도시와 건축에 대한 비판을 쏟아놓는다. 하지만 우리가 외국의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그런 건축물은 이방인의 눈에나 독특해보이는 것이지 대부분 그 지역의 재료와 그 지역의 관습을 따른 값싼 그 지역의 집장사의 집일 것이다. 도시건축은 그 나라의 법과 경제성의 원칙에 의해서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여유있는 건축주를 위한 소수의 건축은 그렇지 않지만 보통 사람들을 위한 도시건축은 그 크기, 높이, 재료 등 많은 요소들에서 법에서 정한 테두리와 경제성의 원칙을 따를 수 밖에 없다. 도시건축의 수준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법과 경제적 가치에 대한 인식이 동시에 빚어내는 우리의 수준인 것이다. 이제 해외와 우리의 상황을 비교하며 우리가 품격 있는 국토 경관, 품격 있는 도시 이미지를 갖지 못하는 것을 쉽게 건축사들의 자질이나 직업 윤리의식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의 도시와 건축은 사회 구성원인 우리가 함께 관심을 갖고 만들어가는 우리의 또 다른 모습인 것이다.

이건원 호서대 건축토목환경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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