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천문본부장
김상철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천문본부장
여름이 다가오면 자외선이 걱정이다. 주로 해로부터 오는 자외선을 떠올리므로 자외선도 빛이라고 하면 쉽게 수긍한다. 그러면 병원에서 쓰는 엑스(X)선도 빛일까? 답은 역시 빛 맞다.

그럼 빛에는 그 외에 어떤 게 더 있을까? 빛을 에너지가 큰 쪽부터 말하면 감마(γ)선, 엑스선,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 전파가 있다. 자연과학자는 시각, 후각, 미각, 청각, 촉각의 오감을 이용하여 자연을 관찰하고 원리를 궁구한다. 천문학자는 태양계의 일부를 제외하면 직접 우주를 만져볼 수 없기에 오로지 시각에만 의존한다. 또한 지구에서는 밤에 손전등 빛이 물체에서 반사되어 오는 것을 볼 수 있지만, 수천 광년 거리까지 빛을 보내고 돌아오기를 기다리기에는 우주가 너무 커서 지구로 다가오는 빛을 수동적으로 받아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빛에 민감하고 어두운 별이 내는 미약한 빛을 소중히 여긴다.

인간은 중간 정도 에너지를 가진 빛만 눈으로 볼 수 있어 이것을 가시광선이라고 부른다. 맨눈으로 또는 망원경으로 가시광선 빛을 모아 천체를 관측하는 분야를 광학천문학이라고 한다. 맨눈으로는 최초의 인류부터 별을 보았을 테고, 1609년에 갈릴레이가 처음으로 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측했다. 햇빛을 프리즘에 통과시키면 빨간색부터 보라색까지 무지개색이 보이는데 보라색의 에너지가 더 높고 빨간색의 에너지가 가장 낮다.

인간의 눈은 보라색부터 빨간색까지만 볼 수 있지만, 그 좌우 양쪽에도 빛은 존재한다. 보라색, 즉 자색(紫色) 바깥의 빛은 자외선으로, 빨간색, 즉 적색(赤色) 바깥의 빛은 적외선이라고 부른다. 자외선이 가시광선보다 에너지가 더 높으므로 당연히 피부에 해를 끼치기도 하며, 살균제로도 쓰인다. 적외선은, 해가 빛과 열을 낸다고 할 때의 열인데 온기를 주는 의료용 기기나 야간투시경, 적외선 온도계 등 용도가 많다. 자외선, 적외선을 에너지양에 따라 더 세분할 때는 가시광선을 기준으로 가시광선에 가까우면 `근`, 멀면 `원`을 붙인다. 그래서 다시 에너지가 큰 쪽부터 말해보면 엑스선 다음에 원자외선, 근자외선, 가시광선, 근적외선, 원적외선 등의 순서가 된다.

감마선부터 전파까지 모든 파장의 빛이 우주에서 지구로 날아오는데, 가시광선과 전파만 지구 대기를 통과해 지표까지 도달하고 다른 빛은 대기에 흡수된다. 따라서 지상에서는 감마선, 엑스선 같은 파장에서 우주를 관측할 수 없기에 광학망원경과 전파망원경만 설치하고 나머지 파장의 망원경은 인공위성에 실어 대기권 밖 궤도에 올려야 한다. 자연히 광학망원경을 사용하는 광학천문학의 역사가 가장 오래고, 전파망원경은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만들어지면서 발전하기 시작했다. 인공위성에 실어야 하는 감마선, 엑스선, 자외선, 적외선 천문학은 1970년대 즈음부터 활성화됐다.

그럼 광학망원경인 허블 우주망원경은 왜 약 600㎞ 높이의 지구궤도에 있는지 궁금하실 수 있다. 광학망원경이더라도 지구 대기 바깥에 두면 대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지구 대기는 별의 상을 흔들어 크기를 크게 하며 별빛이 반짝이게 하는데, 정서적으로는 좋을지 몰라도 관측연구에는 치명적이다. 그래서 막대한 예산을 쓰더라도 지구궤도에 올리는데 허블 우주망원경은 투자한 예산도 천문학적이었고 얻어낸 성과도 천문학적이었던, 역사에 길이 남을 인류의 유산이 되고 있다. 김상철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천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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