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 짓기도 전 민간건물 임차 이전 혈세 낭비
'차로 20분 거리'도 혜택…전면 재검토 목소리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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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불거진 관세청 직속기관 관세평가분류원(이하 관평원)의 세종시 `유령 청사` 논란과 `특공 재테크` 의혹이 세종 이전이 확정된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로 불똥이 튈 양상이다. 대전시와 지역 정치권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중기부의 세종 이전도 결국 관평원 사태를 촉발한 특공 재테크 논란처럼 문제의 소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중기부 세종 이전 문제가 지자체와 정치권을 향한 책임론이 컸다면, 이번에는 혈세낭비와 공무원 특공 재테크에 대한 국민 울분 등 비판적 여론에 맞닿으면서 중기부 세종 이전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26일 대전시 등에 따르면 세종 이전이 결정된 중기부는 오는 8월부터 세종시 도심 한 민간 건물 3개 층을 임차해 사용할 예정이다. 현재 사무 공간 확보 등을 위한 리모델링이 진행 중이다.

중기부는 제3정부청사가 완공되는 내년 8월까지 1년 여 간 민간 건물에서 더부살이를 하게 된다. 중기부는 자신들이 입주할 새집도 짓기 전에 세종행을 고집한 셈이다.

그러나, 임차인 딱지를 떼는 내년 7월부터는 호재가 가득하다. 600여 명의 중기부 공무원들이 향후 5년 간 주택 특별공급 자격을 누리게 된다. 대전 소재 공공기관이었던 중기부가 `코 앞` 세종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얻게 될 혜택이다.

세종에 `유령청사`를 짓고 공무원 특공 재테크 논란을 초래한 대전에 위치한 관평원을 향한 국민적 공분이 중기부를 향할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다. 중기부가 있는 정부대전청사와 정부세종청사 간은 승용차로 20-30분이면 닿을 거리인 탓에 다른 부처와 협업이 어렵다는 대전에서 세종으로의 청사 이전 사유는 당위성이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번갯불에 콩 볶듯 이뤄진 중기부 세종 이전에 따른 `나비효과`도 우려를 사고 있다. 중기부의 세종이전은 지난해 10월 의향서를 제출한 뒤 석 달 후인 올 1월 대통령 승인을 받아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후속 거처로 삼아야 할 정부청사가 마련돼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서둘러 세종행을 강행한 탓에, 중기부가 빠져나간 대전청사 활용 계획은 여전히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체 기관인 기상청이 청사 입주를 두고 물밑협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이전 계획 등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대전 소재 공공기관 직원들에게도 특공 혜택이 부여되면서 세종이 대전 인구와 기업을 흡수하는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대전본부, 국민연금공단 대전본부 등에도 특공이 적용돼 직원들이 아파트 신규 공급 물량의 50%를 분양받았다. 중기부의 세종행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같은 맥락이다. 사무실 등 근무 환경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세종으로 옮길 준비를 하며 혈세가 낭비되기 때문이다.

부작용이나 후폭풍은 이뿐만이 아니다. 중기부 빈자리를 대신할 기상청을 포함한 4개 기관의 한 해 살림살이를 들여다보면 `밑지는 공공기관 유치 행정`이라는 자조적인 평가마저 흘러 나오고 있다.

올해 중기부 예산(16조 8000억 원)에 견줘 기상청 등 4개 기관의 예산 총합은 7400억 원에 불과하다. 대전시가 공공기관 유치 성과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자축일 뿐이라는 촌평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지역 내 정치권 한 인사는 "중기부의 무리한 청사 이전이 각종 부작용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정부부처 등 공공기관이 사용하는 모든 비용은 국민 세금인 만큼 중기부 이전 문제 등과 관련해 잘못된 부분은 바로 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각종 부작용과 국민 여론을 감안, 중기부 등을 포함해 무리하게 세종 이전을 추진하는 공공기관의 행정에 다시 한번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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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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