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2개 혁신도시 물밑 경쟁
내년 대선 전 교통정리 바람직
대전·충남은 더 배정해야 순리

은현탁 논설실장
은현탁 논설실장
수도권에 위치한 124개 공공기관을 이전하는 이른바 `공공기관 이전 시즌 2`가 임박한 듯하다.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김사열 위원장은 이달 중순 "현 정부 내 제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반드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 임기 내 추진을 못 박은 만큼 정부 여당과 충분한 조율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김 위원장의 말대로라면 내년 상반기 중 수도권 공공기관이 어디로 이전할지 가르마가 타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3월 20대 대통령 선거와 6월 지방선거를 고려할 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정부와 여당은 그동안 제2차 공공기관 이전을 특별한 이유 없이 계속 미뤄왔다. 지난 4.15 총선 당시만 해도 수도권 124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겠다고 공언했는데 그 이후 1년 동안 잠잠했다. 정부의 움직임이 없다 보니 내년 대선 이후로 미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이 돌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우려는 김 위원장이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어느 정도 불식됐다고 볼 수 있다.

행정수도 완성과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두 개의 수레바퀴나 다름없다. 두 정책이 맞물려 돌아가야만 수도권 집중에 대응해 나갈 수 있다. 이 가운데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은 작년 10월 혁신도시로 지정된 대전과 충남을 포함한 12개 혁신도시로만 가능하다. 기존의 10개 혁신도시들은 초창기 정주여건이 좋지 않았지만 차츰 도시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혁신도시별로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10개 혁신도시의 인구는 꾸준히 늘어나 지난해 말 기준 22만 4019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혁신도시에는 1차 공공기관 이전에 따라 모두 113개의 수도권 기관들이 이전해 둥지를 틀고 있다.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이전에 다시 불을 댕기면서 광역단체들의 물밑 작전도 치열해 지고 있다. 대전과 충남은 가장 늦게 혁신도시로 지정됨에 따라 아직 공공기관 이전이 전무한 상태이며, 2차 공공기관 이전에 기대를 걸고 있다. 다시 말해 가장 늦게 혁신도시라는 그릇을 만들었고, 이제 그 빈 그릇을 채워야 할 차례다. 대전과 충남은 전국의 다른 10개 혁신도시들에 비해 출발선이 뒤쳐져 있는 만큼 시즌 2에서 더 많은 공공기관을 유치해야 하는 입장이다.

대전은 원도심 활성화와 동서균형 발전을 고려해 혁신도시 입지를 대전역세권 지구와 연축지구로 선정했다. 대전역세권 지구는 중소기업, 교통, 지식 관련 공공기관을 유치하고, 연축지구는 과학기술 관련 공공기관을 유치해 지역 성장을 견인한다는 전략이다. 충남은 지난해 10월 충남혁신도시 지정 이후 내포신도시를 환황해권 중심도시로 육성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했다. 충남도는 환경·기술, R&D, 문화·체육 분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공을 들이고 있다.

2차 공공기관 이전에서는 12개 혁신도시가 124개 공공기관을 놓고 다투게 된다. 정부가 앞으로 공공기관 이전 기준을 정하겠지만 당연히 1차 공공기관 이전에서 배제된 지역을 배려해야 한다. 기존 혁신도시들은 이미 1차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평균 10여 개의 기관을 유치했다. 이번에는 1차 공공기관 이전에서 소외된 지역에 더 많은 공공기관을 배정하는 것이 순리다. 산술적으로 대전과 충남은 10개 공공기관은 기본이고, 여기다 5-6개 공공기관을 더해야 공평하다 할 것이다.

다만 공공기관 이전이 뜸만 들이다가 또 시간만 허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여전하다. 집권 여당이 공공기관 이전을 놓고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다 지난 총선 때처럼 선거 이후로 연기하면 도루묵이 된다. 공공기관 이전이 이제 더 이상 선거용 카드로 전락해서는 안된다. 정부의 약속대로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은 문 대통령 임기 내 깔끔하게 마무리돼야 한다. 최소한 혁신도시별로 이전 공공기관과 이전 인원을 확정하고, 이전 완료 시기까지 명시해야 한다. 은현탁 논설실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