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이전 등 내세워 성과 포장, 전체 예산 규모 등은 턱없이 적어
중기부 16조 8000억 원, 4개 기관 총액 20배 이상

대전시청 인근 교차로에 설치된 중기부 대체기관 확정을 환영하는 현수막. 사진=김용언 기자
대전시청 인근 교차로에 설치된 중기부 대체기관 확정을 환영하는 현수막. 사진=김용언 기자
중소벤처기업부 세종 이전 관련, 빈약한 행정력을 드러낸 대전시가 과도한 치적 홍보에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일부 관변단체의 입을 빌어 도심 곳곳에 내걸린 현수막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최근 대전지역 주요 교차로에는 `기상청 등 3개 공공기관 이전 확정` 등의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다. 단체장의 치적 내세우기는 굵직한 국책 사업 유치 또는 해묵은 지역 현안의 물꼬를 트는 경우 조명을 받는다는 게 지역내 인사들의 일반적인 견해나 평가다.

하지만, 이번 홍보는 결이 다르다는 의견이 상당하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20년 넘게 대전에 있던 중기부를 먼 곳도 아닌 채 30분 거리도 안 되는 세종에 빼앗겨 놓고서 무슨 훌륭한 업적인양 내세우는 게 눈꼴이 사납다"며 "대전시의 부족한 행정력을 생각하면 자숙하거나 가만히 있어도 모자랄 판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대전청사 내 유일한 `부` 단위 기관인 중기부의 세종행을 놓고 대전의 실익을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유입 인구 측면에선 대전행이 결정된 4개 기관의 규모가 더 크다. 기상청은 정원 660명, 한국기상산업기술원은 167명, 임업진흥원 276명, 특허전략개발원은 239명 등으로 4개 기관의 임직원은 모두 1300여 명을 훌쩍 넘는다. 가족이 더해지면 인구 유입 효과는 더 크다.

반면 해당기관의 또 다른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한 해 예산을 들여다볼 경우 상황이 완전 달라진다. 정부 등에 따르면 올해 중기부 예산은 16조 8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2020년 본예산(13조 4000억 원) 대비 26%(3조 4600억 원) 증가한 규모다.

코로나 상황을 감안한 내수경제 활성화와 스타트업 집중 육성이라는 정부 정책 기조가 얹어진 결과다. 반면 대전으로 오게 될 4개 기관의 예산은 중기부에 견주기 어려운 수준이다. 4개 기관 중 인원이 가장 많은 기상청의 올해 예산은 4257억 원이다. 이어 한국특허전략개발원(1311억 원), 한국임업진흥원(1178억 원), 한국기상산업기술원(717억 원) 순이다. 이들 기관의 올해 총 예산은 7463억 원이다.

세종으로 떠나는 중기부의 한 해 살림살이 규모가 대전으로 오는 4개 기관의 총 예산보다 20배 이상 큰 셈이다. 전체 예산 규모로 기관 유치 실익을 따지는 건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대전의 한 기초지자체 관계자는 "산하 조직이 방대하고 각종 민간 지원 사업이 많은 정부 부처는 예산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지방 이전을 결정한 기관의 주요 업무가 지역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 인사는 "중기부 대체 기관의 대전행을 평가절하 할 의도는 전혀 없지만, 상당 부분 진통을 겪은 행정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며 "이런 이유로 과도한 치적 홍보는 가급적 지양하고 이전 기관의 원활한 지역 안착을 위해 내실을 기하는 행정을 보여주길 바란다"며 말을 아꼈다.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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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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