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초고가 두 형태만 살아남는 유통시장… 중저가 핸드백 브랜드·영패션 등 매출 부진

코로나19로 장기간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소비 양극화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초저가 아니면 초고가만 찾는 소비트렌드의 변화로 사이에 낀 중저가 브랜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창궐로 해외여행길이 막히자 국내 소비자들의 보상 심리는 고스란히 명품 소비로 향했다. 25일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품 매출은 2019년과 비슷한 15조 원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 명품 매출이 19% 급감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특히 최근 명품 브랜드들이 잇따라 가격을 인상하고 있음에도 국내 명품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명품 3대장으로 불리는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은 지난해 1월부터 올 5월까지 최대 7번 가격을 올렸다. 가격 인상폭도 평균 20-30%에서 최대 50% 이상이다. 그럼에도 매장 문이 열자마자 구매를 위해 뛰어가는 `오픈런` 현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지난해 3분기 명품 매출이 35% 이상 뛰었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온·오프라인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최저가 전쟁이 한창이다. 생필품과 패션 상품군에선 가성비 높은 최저가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다. 이에 따라 점차 커지는 온라인 쇼핑 문화에서 차세대 고객 선점을 위해 e커머스 시장과 오프라인 유통시장 간 생존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최저가 전쟁 참여 업체인 이마트는 올해 1·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4.4% 증가한 1232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비싸면 비쌀수록 싸면 쌀수록 잘 팔리는 소비 양극화 현상에서 중저가 브랜드 시장은 매출 하락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패션잡화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중저가 핸드백 브랜드는 물론, 온라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패션 상품군 브랜드들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지역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트렌드 변화로 70만-80만 원 들여 중저가 브랜드를 사기보다 조금 더 돈을 들여 명품을 사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전국적으로 닥스·MCM·메트로시티·루이까또즈 등 핸드백 브랜드들이 백화점 매장에서 사라지고 있다"며 "패션 상품군도 예전엔 직접 입어보고 샀다면,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집콕 문화가 확산되면서 온라인으로 더 싸게 구매하는 추세"라 설명했다. 정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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