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동 충남대 명예교수
사재동 충남대 명예교수
최근 대전연정국악원 대공연장에서 정은혜의 `대전십무`, 그 공연을 보았다. 기실 이 작품은 대전의 자연과 인문, 인물들이 빚어낸 전통문화의 구체적인 10개 분야를 소재로 창작해 낸 무용이다. `본향`, `계족산 판타지`, `갑천, 그리움`, `유성학춤`, `대바라춤`, `한밭 규수춤`, `대전양반춤`, `취금헌무`, `호연재를 그리다`, `한밭북춤`의 각 편은 독자적 작품이면서 전체적으로 장편을 이루며 문학적으로 조직돼 큰 효과를 내고 있다.

첫째, 그 주제·내용의 설정이 중후하고 값지다. 우리 문화 예술의 이상, 진·선·미·성의 경지를 내세우고 그 윤리·덕목을 이념으로 실천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예술작품 전반에서 추구하는 주제·내용과 보편적으로 상응하는 터다.

둘째, 그 구성이 효과적으로 잘 짜여 있다. 우선 그 배경이 사실적으로 배치됐다. 이것은 그 사건 진행, 서사적 문맥의 진전에 맞춰 각양각색으로 생동하게 펼쳐진다. 등장인물의 성격과 기능을 개성적으로 특색있게 부여하고 `발단`에서 `예건의 설명`-`유발적 사건`-`상승적 동작`- `절정`-`하강적 동작`-`대단원`의 동선을 효율적으로 밟아 나갔던 터다.

셋째, 그 표현이 사실적이고 섬세하다. 그리고 아름답다. 배경의 표현이 움직이는 시각예술의 경지를 이루고 등장인물의 의상이 성격·기능, 그 특징을 십분 살리도록 적절히 설계돼 있으며, 분장도 매한가지로 이에 부합된다. 마침내 그 춤사위가 변화무쌍하고 역동적이며 섬세한 몸짓으로 표현된다. 이 춤사위는 각 편에서 공통되기도 하고 특성화되기도 하면서, 서사적 충격과 서정적 감명, 마침내 진·선·미·성의 융합적 예술세계를 창출하는 것이다.

`대전십무`는 거의 20년에 걸쳐 작품별로 평균 50여 회의 공연을 하였으며 소헌의 예술감독·안무에 의해 대전으로부터 국내, 외국에 이르기까지 많이 공연됐다는 사실은 무용사 내지 공연예술사적인 의미가 매우 크다. 그 의미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이 무용작가가 그만한 명품·대작을 창작해, 예술감독으로 안무해 장기간에 걸쳐 이만큼 널리 공연해 온 공적이 너무도 크다는 점이다. 한 사람 무용 전문가의 염원과 열정, 그 역량이 얼마나 대단하며, 값지고 보람찬 일인가.

둘째, 이 작품이 그만큼 공연되면서 이 무용예술을 오래 널리 유통·보급하고 발전·대중화시켰다는 점이다. 우선 이 대전 문화계, 무용예술이 저조한 이 현장에서, `대전의 무용`을 창작해 꾸준하고 성실하게 지속적으로 공연해 이를 보급하고 시민화했으니, 이 지방 무용예술사 내지 공연문화사 상에 기여한 바가 실로 크다고 하겠다. 나아가 이 작품이 외국에서 공연·공인됨으로써, 세계적 작품으로 진출하는 길을 열게 됐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 하거니와, 그만큼 이 작품이 세계적 수준의 명품, 그 공연임을 실증하는 터라 하겠다.

셋째, 이 작품이 그만한 공연과정에서 그 작가의 창작이념과 안무정신에 따라 점차 완성도를 높여 왔다는 점이다. 그것은 그 작가 소헌이 그 많은 공연에서, 그때 그때 그 작품의 공연마다 보다 완벽한 작품, 최선의 공연을 위해 그 능력과 열정을 다 바쳐 왔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실제로 이 작품들은 발전을 거듭, 완전에 가까운 `대전십무`로 집대성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기에 이 모든 관중들이 감동·공감하고, 저명한 무용평론가들이 한결같이 높게 평가하는 터다.

이상과 같이 소헌 정은혜가 대전의 전통에 입각하여 공들여 창작한 `대전십무`는 대전의 무용, 명품으로서, 그 대본과 공연을 통하여 한국의 빼어난 작품으로 행세했다. 이 작품이 오랜 기간 널리 공연되면서, 완전한 작품·공연을 이룩, 대전무용과 한국무용의 발전에 기여하고 세계적 진출의 길을 열었다. 그리고 이 작품은 대전 문화, 무용문화재로 정립됐다. 그러기에 대전시 문화당국과 문화시민들은 이를 높이 평가하고 육성·발전시키는 데에 최선을 다해야 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무용계와 문화재당국에서는 이 작품과 그 공연을 국가무용문화재로 공인해,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보호·진흥시켜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 작품이 해외에 진출해 한국무용의 실상과 위상을 선양하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사재동 충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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