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충남도건축사협동조합 이사장
김양희 충남도건축사협동조합 이사장
공공 건축물을 설계하다 보면 설계비 변경 청구를 요청해야 하는 때가 의외로 많다. 공공 건축물은 국민 복지와 안전, 지역사회 발전 등을 위한 목적으로 그 용도는 도서관, 주민센터, 학교, 체육시설 등 모든 건축물에 해당한다. 이렇게 다용도의 건축물이다 보니 발주부서도 건축을 담당하는 전문부서가 아닌 해당부서에서 직접 발주돼 빠르게 변화하는 관계법령에 대한 대응 및 예산에 대한 검토가 미흡한 경우가 많다. 공공 건축물은 일반 건축물과 다르게 관리비용과 보험 등이 원가계산서에 포함·산정되기 때문에 일반 건축물의 1.5배 정도의 공사비가 필요하다. 그런데 `공사원가계산서`란 공사에 대한 원가를 산출한 문서로 공사에 지출되는 비용을 재료비, 노무비, 경비, 안전관리비, 일반관리비, 산재보험료, 이윤 등으로 구분·기재한 것이다. 공공 건축물 발주 시 예산 검토가 미흡할 경우 건축물 규모를 줄이거나 예산을 증액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규모를 축소할 경우 공공의 역할을 할 수 없는 설계안으로 마무리돼 예산 낭비로 귀결되는 안타까운 작업이 되기도 하고, 추경으로 예산을 증액하는 경우는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나 증액에 대한 설계비 변경 요청 시 창의적인 건축설계와 공짜 노동을 동의어로 작동시켜 설계비 요청을 묵살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참으로 난감하다. 그럴 때면 클림트나 호크니의 그림에 창의력을 뺀다면 필자도 한점 정도는 소장할 수 있었으려나 싶다. 건축설계가 종이와 연필만으로 행해지는 것이 아님을 우리 모두는 BTS와 함께 21세기를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요즘은 많이 개선돼 공공건축물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나 이 같은 상황은 사업 시작전 공공건축물에 대한 사전기획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결과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일반인이 건축물을 시공시에도 그 목적성에 따라 대지의 선정, 규모, 예산 등 사업성 검토후 시행하는데 국민 세금으로 집행하는 공공건축물의 기획업무가 그동안 부실했던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직접 해당부서에서 기획발주 해오던 업무를 2020년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에 의해 공공건축물 사업 시행 전 사업 규모와 내용, 재원조달계획과 사업 발주방식과 디자인 관리, 에너지 효율화 등 지속가능성에 대한 방안 등 건축 기획업무를 검토하는 것을 시행령으로 의무화했다. 공공건축물 품질에 대한 성과를 보장할 수 있는 루트가 확보됐다는 것은 지극히 다행스러운 일이나 사전기획 수행에 있어 발주청의 소속 공무원, 공공건축지원센터, 역량있는 건축사로 규정함으로써 기획업무가 활성화 되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답보상태로 안타까움을 주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 5월 충남도교육청에서 지역 건축사를 중심으로 기획업무를 안착시킴으로 지역활성화와 지역사회의 복리증진에 기여할 수 있게 한 것은 뜻 깊은 일이라 할 수 있다. 충남도교육청은 올해부터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40년이 경과된 학교시설에 우선 투자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노후학교를 디지털과 그린융합형 뉴딜방식으로 개축·리모델링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18조 5000억 원이 투자된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교육과정과 연계한 공간혁신, 교수학습과 혁신을 위한 스마트 교실, 탄소 중립실현과 생태교육 체험장인 그린학교,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미래형 학교`로 전환할 계획이다. 전문가의 구상만이 아닌 학생과 교사, 지역 전문가가 함께 사용자 참여에 의한 기획 검토로 실제 필요한 시설, 예산이 검토돼 교육시설이 이루어지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공공건축의 기획업무는 이제 시작점에 들어서 있고 충남도교육청이 지역전문가와 손을 잡고 다른 지역보다 앞장서 가고 있다. 지역민으로서 감사한 일이다.

사용자와 함께 하며 새로운 공간을 창출해 나가는 일은 전문가와의 협업보다 더욱 힘든 작업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러기에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지역만이 갖는 지역의 정체성을 기획업무로 더욱 확장시키고, 교육청을 시작으로 지자체도 함께 협력한다면 공공건축물로 이루어질 아름답고 창의적인 도시경관을 꿈꿔 볼 수 있지 않을까.

김양희 충남도건축사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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