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민의힘 국회의원
정진석 국민의힘 국회의원
"대전지방검찰청은 그냥 대전검찰청으로, 대전지방국세청은 그냥 대전국세청으로 하면 안되나요?"

우리가 일상적으로 부르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대전지방국세청, 부산지방국토관리청 등 전국 153개 특별지방행정기관의 명칭에는 `지방`이라는 표현이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지방`을 삭제하더라도 서울, 대전, 부산 등 지역 명칭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관할구역 식별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다. 그런데도 굳이 `지방`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중앙(中央)`을 `지방에 상대하여 수도를 이르는 말`로 정의하고 있다. 반면에 `지방(地方)`은 `중앙의 지도를 받는 아래 단위의 기구나 조직을 중앙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로 규정하고 있다. 사전적 의미로 보면 `지방`은 중앙의 하부 단위라는 종속적 위상을 내포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는 서울과 서울이 아닌 곳이 있다. `서울 외 지역은 모두 시골`이라는 낡은 생각이 우리의 무의식 속에 자리하고 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 부산 학생이 내뱉는 푸념이 한때 코미디 프로에서 인기였다. "내가 `부산에서 왔다`고 하면, 서울 아이들은 `해운대 사는 김창식이 아냐`고 꼭 물어요. 부산 사람들은 다 서로 알고 지내는 줄 아는 가봐. 야, 서울 촌놈들아! 부산 인구가 300만 명이 넘는다"

서울과 지방의 차별은 `인서울(in Seoul) 대학`과 `지방대학`으로 부르는 것에서 절정에 달한다. 지방의 거점 국립대학 학생들까지 `주요 지방대학 출신`으로 분류된다. `지역 엘리트`라는 자부심이 설 자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서울 올라간다`는 표현에도 이 같은 사고가 녹아 들어 있다. 타 지역에서 서울을 갈 땐 `올라간다`는 말을 관용적으로 사용한다. 서울에서 다른 지역을 갈 때도 위치와 상관없이 `내려간다`고 표현한다.

지방을 가볍게 여기는 의식부터 개선해야 한다. 지난 19대 국회 때부터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명칭에서 `중앙`과 `지방`이라는 단어를 없애려는 노력이 있어 왔다. 지방은 중앙의 상대적 하위·종속 개념이니, 지방이라는 표현 대신 `지역`으로 대체하자는 법률안, `지방`이라는 단어를 삭제하자는 법률안이 발의됐지만 매번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오늘(24일) 필자는 전국 행정기관의 명칭에서 `중앙`과 `지방`이라는 단어를 지우기 위해 「정부조직법」, 「법원조직법」, 「검찰청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방 분권의 실현은 정확하고 적절한 용어 사용에서 시작해야 한다. 언어는 의식을 결정하고, 의식은 행동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특별지방행정기관의 명칭을 `특별관할행정기관`으로 ▲지방법원을 `지역별법원`으로 ▲지방검찰청을 `지역별검찰청`으로 용어를 정비하는 등 위계적 구조를 배제한 표현을 사용하도록 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그냥 서울검찰청으로, 대전지방법원은 대전법원으로 바뀌는 것이다.

우리는 통일 신라 이후 고도로 집권화된 중앙 정부가 지배하는 정치구조를 이루고 살아 왔다.일본은 수천년 봉건제를 시행했다. 메이지 유신 전까지 100여명의 다이묘들이 자신의 영지와 농민들을 독자적으로 다스렸다.

일본과 비교할 때 우리에게는 `지방`이라고 할만한 경제적 문화적 축적이 태부족이다. 중앙 정부의 통제와 간섭 속에서 지방은 시들어 왔다. 서울을 정점으로 하는 권력의 피라미드, 그 넓은 저변을 지방이 떠받치고 있다. 지방에 대한 서울의 우월적 지배, 지방의 서울에의 종속, 이런 이분법적인 의식구조를 그대로 놔두고 지역 균형발전을 앞으로 밀고 가기는 어렵다.

중앙과 지방이 수평적·독립적 관계로 발전하려면, 자치 분권의 정신을 깨우치려면, 우리의 의식을 짓눌러 온 `서울과 지방의 이분법`을 끊어내야 한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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