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힐과 무지외반증

김준범 대전웰본정형외과 대표원장
김준범 대전웰본정형외과 대표원장
젊었을 때 하이힐을 즐겨 신다가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발가락 변형(무지외반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를 외래 진료실에서 자주 접한다. 또, 젊은 여성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그런 여성들에게 "하이힐을 신지 마시라"라고 쉽게 말하곤 한다. 하지만, 내게 돌아오는 답은 "하이힐이 여자의 자존심이라서 버릴 수 없다"는 말이다. 불편하지만, 하이힐은 멋과 아름다움을 위한 젊은 현대 여성들의 필수 아이템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하이힐은 추억이 되어가고 남은 것은 엄지발가락의 변형뿐이다.

그럼, 하이힐은 언제부터 신기 시작했을까? 하이힐에 대한 기록은 고대 이집트(기원전 3500년쯤)에서 처음으로 볼 수 있는데, 당시 용도는 고위층들이 남들보다 커 보이고,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당시 하이힐은 지금처럼 뒷굽만 높은 것이 아니라 굽 자체가 높은 나막신처럼 생겼고, 부와 명예의 상징이었다고 전해진다. 현대적인 하이힐의 시초는 16세기에 베네치아 여인들이 거리 오물을 피해 다니기 위해 신었다는 높은 굽의 `초핀`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현재의 형태로 완성시킨 장본인이 18세기 로코코 시대의 절대왕정, `루이 14세`라고 한다. 그 이후, 19세기에 엄지발가락의 변형(무지외반증)이 처음으로 묘사됐다고 알려져 있다.

신발 형태가 바뀌면서 새롭게 질병이 발생한 것으로 생각될 수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하이힐과 같은 신발을 즐겨 신으면서 관련 질환 발생률도 많이 상승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엄지발가락 변형뿐 아니라 2-5번째 발가락 관절염이나 탈구 등의 변형이 동반되거나 변형이 심해 일상 생활에 지장을 줄 때는 수술적 치료를 받을 수 있기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여성의 필수 아이템이 된 하이힐의 착용을 막을 수는 없고, 이로 인해 발생되는 변형 또한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노력으로 변형이 진행되는 속도를 조금 늦춰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선 신발 착용에 주의해야 한다. 하이힐과 같이 굽이 높고 앞이 뾰족한 구두를 즐겨 신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더불어 굽이 너무 없는 것(flat shoes)도 피해야 한다. 보통 3㎝ 정도 굽에 편안한 신발을 즐겨 신는 게 좋다. 또, 한 가지 신발만 신지 말고 여러 가지 신발을 돌아가면서 신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음으론 운동 및 스트레칭이 있다. 평소에 발가락 벌리기와 같은 내재근 강화 운동 또는 아킬레스건 스트레칭도 무지 외반증 예방에 많은 도움이 된다.

100세 시대, 모든 여성들이 하이힐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간직한 채 건강하고 예쁜 발을 오랫동안 유지하기를 기대해본다. 김준범 대전 웰본정형외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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