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원 신부·대전교구 천주교 홍보국장
강대원 신부·대전교구 천주교 홍보국장
2021년 1월 대전광역시 용전동에 자리했던 천주교 대전교구청이 세종시로 이전하였다. 겨울이었기 때문에 주변 자연 경관은 그리 좋아 보지지 않았다. 하지만 계절의 여왕인 5월의 신청사는 너무도 아름답게 바뀌었다. 나무들은 짙은 초록색을 띄며 자신의 모습을 뽐내고 있고 이름 모를 들꽃들도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다.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시간도 필요하고 그 안에 자리 잡은 모든 생명들이 노력해야만 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계절이기도 하다.

긴 시간 코로나로 고생하며 지내고 있는 우리에게 백신의 도입은 큰 기쁨이었다. 현재 많은 이들이 백신을 맞고 있지만, 일부 언론의 모습은 백신의 정상적인 기능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그 반대의 모습을 부각시키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다. 백신을 맞는다는 것은 나 자신의 목숨을 지키는 차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다. `함께`라는 단어가 우리 안에서 자리 잡아야만 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수 있는 것이다.

지난 4월에 교구장 주교님께서는 교황청을 방문하셔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뵙고 오셨다. 교황님과의 알현 자리에서 교구의 중대사를 말씀드리며 대전교구와 한국천주교회가 벌이고 있는 `백신나눔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셨다. 그 때 교황님께서는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일을 한국에서, 그리고 한국 천주교회에서, 대전교구의 주도로 시작한 것에 대하여 매우 기뻐하셨다. 그러면서 코로나를 이기기 위한 가장 중요한 모습이 함께 나누는 모습임을 강조하셨다. `나` 혼자만 노력해서는 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수 없고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할 때,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함께 나누면서 지낼 때 극복할 수 있음을 말씀하셨다.

우리 모두는 교황님의 말씀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라고 하는 질병은 한 사람에게만 해당 되는 부분이 아니고 또한 한 사람의 예방으로 이겨낼 수 있는 질병이 아니다. 우리 모두는 하나로 이어져 있다. 공동체라고 하는 말은 종교에서만 쓰는 용어가 아닌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단어인 것이다. 나만을 위한 예방이 아니라 우리를 위한 예방의 차원에서 백신을 맞아야 하는 것이고 우리 모두가 함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차원에서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이다. 물론 백신이 완전할 수 없다. 그 안에서 부작용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부작용만을 생각해서 백신을 맞지 않는다면 잠시 동안 나의 안전은 보장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차원에서 우리, 그리고 우리라는 틀 안에 존재하는 나라는 존재도 안전할 수 없는 것이다.

얼마 전 교구장 주교님께서는 신청사에 살고 있는 신부들에게 빠른 시일 내에 백신을 맞도록 권고하셨다. 물론 편법을 써서 백신을 맞는 것이 아니라, 소위 `노쇼`라고 하는 기회가 찾아왔을 때 백신을 맞을 것을 권고하셨다.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을 위해서, 그리고 백신 맞기를 주저하는 이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천주교 사제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하여 겨울과도 같았던 우리 사회의 모습이 이 작은 노력들을 통해서 계절의 여왕인 5월의 모습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러한 작은 노력들이 천주교 사제들 뿐만 아니라 많은 천주교 신자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이어져 함께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시작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강대원 신부·대전교구 천주교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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