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2부 박우경 기자
취재 2부 박우경 기자
"할아버지 할머니 열댓 명이 공용화장실을 같이 쓰는 게 여간 불편한 게 아녀, 젊은 사람들 민망한 것처럼 나이든 사람들도 마찬가지여"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한 경로당을 찾는다는 독거노인 이모 할머니는 경로당 공용화장실에 불편함을 호소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화장실을 같이 쓰다 보니 민망함을 넘어 수치스럽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2019년 기준 대전지역 경로당은 총 825곳으로 파악된다. 그런데, 대전시나 각 자치구는 경로당 내 공용화장실 설치 여부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행정안전부는 근린시설 설치 시 바닥 면적이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남녀 분리형 화장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했다. 2년 뒤 대전 중구와 유성구, 대덕구도 발 맞춰 관련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당시 경로당은 사각지대에 있었다. 사업 대상지가 민간 화장실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분리형 화장실 필요성에 대한 화두를 던진 이 사업은, 이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한 70대 어르신은 "경로당은 건물이 오래되다 보니 외부에 공용화장실이 있다"며 "겨울철에는 눈길에 미끄러져 다치지는 않을까 항상 모두가 조심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외부 화장실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지만, 노인들이 나서서 구청에 화장실을 분리해달라고 요구할 처지도 아니고 불편을 참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실정인데도 대전시와 자치구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있다. 2018년 손희역 대전시의원은 행정사무감사에서 경로당 화장실을 분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금이 1960년 대도 아니고, 21세기인데"라며 남녀 공용 화장실 개선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런데, 대전시는 지원 근거 타령뿐이다. 지원근거가 없다며 지금까지 뒷짐만 지고 있다. 시 본청이 나서지 않자, 자치구들도 소극적인 건 마찬가지다.

노인 복지 측면을 떠나, 남녀 화장실 분리는 인간의 기본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인 복지 실현을 외칠 때는 언제고, 정작 기본권인 남녀 화장실 분리조차 안 된 `대전`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취재 2부 박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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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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