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용길 세종충남대병원 원장
나용길 세종충남대병원 원장
노인이 전체 인구 중 20%가 넘으면 초고령사회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오는 2025년 이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출산율 저하도 주원인일 수 있겠으나, 실제로도 고령 인구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고 싶어 하는 것은 많은 사람의 바람일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듦에 따라 우리의 몸은 점점 노화가 진행되고 그와 관련된 각종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우리의 뇌 역시 이런 `퇴행성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런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에는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이 있다. 이 두 질환의 공통점은 실제 뇌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더라도 비교적 증상이 늦게 나타나, 조기 진단이 늦어지고 치료 역시 늦어진다는 점이다.

치매 원인 중 가장 비율이 높은 것은 알츠하이머병이다. 대표적인 뇌 병변 소견은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의 비정상적인 응집이다. 뇌에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과 같은 이상 단백질이 대뇌 피질 세포에 노폐물처럼 쌓이게 되는데, 이런 침착이 비정상적으로 심해지게 되면 뇌 위축 등의 퇴행성 변화가 온다. 또한 타우 단백질의 비정상적인 변화로 인해 뇌 신경세포에 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런 변화는 보통 알츠하이머병을 진단받기 20년 전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알츠하이머병의 가장 흔한 초기 증상은 기억력 감퇴와 같은 경도 인지장애(경미한 인지장애)로 대부분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사고력과 판단력의 감퇴, 시공간과 사람 등에 대한 혼동, 성격 변화 등의 인지장애가 발생한다.

노인에게 두 번째로 흔한 만성 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병은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물질을 생성하는 신경세포가 줄어들면서 생기는 질환으로, 아직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다. 떨림증, 느려진 행동, 근육 강직의 대표적인 증상 외에도 보행장애와 자세 불균형이 생긴다. 그러나 이런 증상들은 각종 노인성 질환 및 파킨슨증후군과 같은 다른 질환들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 구분이 어려워 진단이 늦어질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을 완치시킬 수 있는 치료 방법이 없다. 따라서 조기에 진단해 가급적 빨리 치료를 시작한다면 진행 속도를 늦추고, 증상을 억제하며 생활의 질을 개선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퇴행성 뇌질환을 어떻게 조기에 정확히 진단할 수 있을까? 정답은 전문의의 진료라고 할 수 있겠다. `괜찮겠지` 또는 `설마 아닐 거야`라는 생각은 적절한 병원 방문의 시기를 놓칠 수 있다. 특히 적절한 검사를 통한 정확한 진단은 치료 방법 결정에 직결되는 요소이다.

두 질환에서 `양전자단층촬영(PET-CT)`를 이용한 정밀한 검사는 조기 진단뿐만 아니라 다른 질환과의 구분을 보다 정확히 할 수 있게 한다. 보통 PET-CT는 암환자들에게 이용한다고 인식되지만, 환자에게 투여하는 검사용 의약품에 따라 퇴행성 뇌질환에서 생기는 문제들도 파악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이 의심되는 경우 `아밀로이드 PET-CT`로 뇌에 베타 아밀로이드가 쌓인 정도를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진단뿐만 아니라 진행 정도의 파악도 가능하다. 최근 개발된 `타우 PET-CT`는 독성을 일으키는 타우 단백질이 축적된 위치와 정도를 평가해 정확한 진단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도파민운반체의 퇴화 정도를 영상화해 평가할 수 있는 `도파민 PET-CT`는 파킨슨병 증상이 의심되는 환자에서 파킨슨병의 조기 진단과 다른 질환과의 구분을 가능하게 해, 치료 방침 결정에 유용하다. 특히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따르면 PET-CT로 파킨슨병을 조기 진단하면 불필요한 추가 진단비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모두 조기 진단을 통한 빠른 치료의 시작이 중요하다. 증상들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나서야 뒤늦게 진단과 치료를 받는다면 삶의 질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다가오는 고령화 시대에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 생활을 위해 조금 더 우리의 몸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전문의 상담과 건강검진을 통한 건강 관리에 노력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겠다.

나용길 세종충남대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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