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을현 충남대 과기지식연구소 교수
성을현 충남대 과기지식연구소 교수
대덕 연구개발특구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단연 `기술사업화`일 것이다. 1973년 착공해 3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대덕연구단지가 2005년 대덕연구개발특구로 지정된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대덕연구단지 내 정부출연연구기관들에 의해 창출된 연구 성과물들을 기술사업화 함으로써 기업성장과 재투자의 선순환을 촉진하기 위함이다.

`기술의 이전 및 사업화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기술사업화란 기술을 이용해 제품을 개발·생산 또는 판매하거나 그 과정의 관련 기술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기술사업화의 성공이란 개발기술의 확산과 활용을 통해 경제적 부가가치가 창출된 경우, 또는 기술개발비용(기술이전비용 포함)과 생산투자 및 판매비용보다 많은 수익을 확보해 손익분기점을 넘었을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나타나있다. 따라서 기술사업화의 성공이란 단순한 기술적 개념을 넘어 제품과 시장, 나아가서는 기업으로 확장된 개념임을 알 수 있다. 즉,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고 이 제품을 시장에 잘 팔 수 있어야 하며 이러한 제품의 판매에는 기업에 대한 이미지도 영향을 미침으로 단순히 기술만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우수한 제품은 일반적으로 기능, 성능, 모양, 편이성, 가격 등에 의해 결정된다. 다양한 기능과 우수한 성능, 아름답고 세련되고 기능적인 모양, 다루기 쉽고 편리한 편이성, 구매력을 자극하는 저렴한 가격의 조건을 갖추면 우수한 제품으로 인정되는 경향이 크다.

그러면 우수한 제품이면 시장에서 모두 잘 팔릴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우수한 제품이 시장에서 잘 팔리는 제품이 되기 위해서는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이 존재해야 한다. 또 시장이 제품을 인지해야 한다. 즉 시장의 크기가 적정규모 이상이어야 하며, 이 제품이 있다는 사실을 시장이 알고 있어야 제품의 판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시장의 존재와 제품에 대한 인지가 있다 하더라도 시장에서의 구매 욕구가 있지 않으면 제품이 팔려나가지 않는다. 고객이 제품에 대한 유용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구매하고자 하는 충동을 느끼지 못한다면 고객들은 구매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구매욕구가 제품의 구매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그렇다고 구매욕구가 제품의 판매를 모두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구매욕구가 있다 할지라도 제품을 살 수 있는 시장의 구매력이 없다면 그 제품은 팔려나가지 않는다. 제품은 구매력 만큼만 팔려나간다. 또 구매력이 있다 하더라고 해당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많아 경쟁이 치열하다면, 여기서 또 제품 판매는 좌절을 겪고 만다. 제품 개발 초기에 시장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이유이다.

뿐만 아니라 제품의 판매는 기업 전체의 전략이나 이미지 등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제품이 아무리 좋더라도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전략적 방향이 잘못돼 있거나 기업에 대한 시장의 부정적 이미지가 형성돼 있다면 제품은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기술사업화의 성공에는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대덕연구개발특구의 가장 큰 자원이 기술이지만 실제 기술이 기술사업화에서 갖는 비중은 결코 절대적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반면, 디자인적 요소를 보자. 디자인은 제품개발단계에서 R&D와 융합돼 디자인엔지니어링을 통해 기능을 최대화하는 혁신 제품을 만들어 내며, 제품이 만들어지면 제품의 패키징과 브랜딩에, 그리고 시장에서는 홍보, 광고, IR 등에, 또 기업적 관점에서는 CI 등을 통해 다방면으로 지대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대덕연구개발특구에서 진정 원하는 것이 기술사업화의 성공이라면 이제는 기술적 요소뿐만 아니라 디자인적 요소가 각 단계별로 더 강조될 필요가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선 기술, 후 디자인"의 프로세스로 인해 디자인의 가능성이 축소되지 않도록 제품개발단계에서부터 R&D와 디자인의 융합에 의한 기술사업화가 실무적으로 시급히 적용돼야 한다. 성을현 충남대학교 과학기술지식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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