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락 국립중앙과학관 곤충학 박사
안승락 국립중앙과학관 곤충학 박사
곤충세계에 있어 일반적으로 이성을 유인하기 위해 암컷이나 수컷이 주로 성페로몬(sex pheromone)을 분비하여 유인한 후에 가까이 상대가 접근하면 교미페로몬을 분비하거나 성페로몬의 농도를 높여서 짝짓기를 한다. 또는 암수 특이성은 없으나 많은 개체들을 모이게 하는 집합페로몬을 분비하여 짝짓기 상대를 쉽게 찾아 짝짓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매미, 귀뚜라미, 여치 등의 수컷곤충들은 소리를 통해 배(메뚜기류, 나방류)나 앞다리 종아리마디(귀뚜라미류, 여치류)에 있는 고막을 통해 자기 짝을 찾는 경우도 있다. 잘 알려진 반딧불이 종들의 수컷은 각 종마다 깜빡거리는 주기, 세기 등의 서로 구별되는 불빛을 이용해서 짝을 찾는다.

일부 종의 수컷은 짝짓기를 위해 인간들처럼 암컷에게 먹이를 선물하는 종들도 있다. 즉 암컷 마음에 드는 혼인선물을 증정해야 한다. 밑들이, 각다귀붙이, 춤파리, 초파리과, 노린재 등이 짝짓기 전에 수컷이 암컷에게 주로 먹이를 선물하고, 암컷이 그것을 받아먹을 때 짝짓기를 한다. 밑들이 수컷은 나방이나 꽃벌 같은 먹이를 잡아 암컷에 주는데 암컷이 버리면 짝짓기를 거부하는 것이고 받아먹으면 승낙하는 것이다. 각다귀붙이의 수컷은 파리 등의 먹이를 잡아 작은 나뭇가지 등에 매달아 성 페로몬을 방출하여 암컷을 유인한다. 암컷이 냄새를 맡고 찾아오면 수컷은 먹이를 주고 암컷이 그 먹이를 먹는 사이에 짝짓기를 한다. 먹이가 크고 많을수록 먹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짝짓기 시간은 오래 지속되어 암컷에게 전달되는 수컷의 정자수는 많아진다. 또 20분 이상 짝짓기 한 암컷은 그 후 4시간은 교미를 거부하고 알을 낳는다. 따라서 수컷이 충분한 크기의 먹이를 제공하면 수정시키는 알의 수가 증가한다. 수컷은 짝짓기를 위해 암컷에게 선물할 먹이를 잡아야 하며 사냥을 하다가 천적이나 거미줄에 걸려 희생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수컷의 이런 행동을 자연선택으로는 설명할 수 없으며 암컷의 배우자 선택에 의한 진화로 생각된다.

춤파리(Dancing fly) 수컷은 암컷을 유혹하기 소위 제비족처럼 춤을 잘 추는 것은 기본이며 행동도 다양하다. 먹이를 직접 암컷에게 통째로 주는 종, 명주 모양의 분비물로 먹이를 감싸서 풍선형태로 만들어 주는 종, 풍선 안에 먹을 수 없는 나뭇가지를 넣어 주는 종을 비롯해 먹이처럼 보이는 가짜 풍선모양의 속빈 공을 만들어 암컷을 유인하는 가장 진화한 종도 있다. 한편 모든 암컷이 수컷의 유혹에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인간사에 꽃뱀이 있듯이 초파리류나 노랑나비류의 암컷은 좋은 유전자를 가진 수컷을 직접 선택한다. 물자라 암컷은 수컷의 등에 알을 낳고 가버리기 때문에 수컷은 알이 부화될 때까지 보호하고 다녀야 하고, 집게벌레 수컷은 어두운 굴속에서 알이 부화될 때까지 혼자 돌봐야 한다. 자신의 분신을 남기기 위한 혹독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수컷도 있다. 사마귀 수컷은 자신의 다음세대를 위해 암컷의 먹이로 희생도 감수한다. 이런 행동이 수컷사마귀 부성애로 잘못 알려진 경우이며 정상적인 짝짓기 행동 중에는 일어나지 않는다. 포식성이 강한 사마귀는 황소개구리처럼 눈앞에서 움직이는 물체는 먹이로 여겨 잡아먹는데 암컷이 짝짓기 중에 움직이는 수컷을 발견하고 먹어 버린다. 거미의 짝짓기 과정에서도 이런 상황이 자주 일어난다. 곤충에 있어 배우자 선택권은 주로 암컷에게 있다. 혼인날 암컷 마음을 끌려는 수컷의 기발한 행동전략은 마치 인간세태와 흡사하다. 안승락 국립중앙과학관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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