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목 서울지사 차장
백승목 서울지사 차장
80~90년대 우리네 동네는 분주했다. TV속 드라마에 나오는 그 모습처럼 갖가지 음식들이 담긴 냄비와 보자기 씌운 나무채반을 들고 이집 저집 돌며 나눠 먹는 게 당연시 되던 일상이었다.놀이터에 가면 항상 친구가 있었고, 밥 때가 되면 부모님이 계신 그 친구 집에 가 밥을 얻어먹고 뒹굴뒹굴하다 스르륵 잠이 들어도 누구 하나 눈치주지 않던 시절이었다.그렇게 `더불어` 살았다. `나` 보다는 `우리`가 자연스러웠던 풍경이다.

그러나 그 이후의 현대 사회는 급속히 변화했다. 커뮤니티(community)가 온라인으로 가속화되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형성됐던 공동 사회·공통 관념·공통 양식 등 공동체 의식은 희미해졌다.

개인화 알고리즘(personalization algorithm)이 강화되는 합리적 인지·성원 기준의 보편화·업적주의의 기능적 한정 등이 사회관계 분석 측면에 있어 지배적 경향을 나타냈다.

타겟에 있어 개인 맞춤형이 지향되고, 1인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현 세태가 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경쟁과 승리가 우선시되는 현 사회에서 상생과 공존은 사치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공자님 말씀이나, 도덕책에서나 나오는 아득해진 옛날 얘기요, 진부해져버린 가치다.

혹자들은 이런 현대 사회에 각박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더불어가 되기 힘들어진 가치 변화의 사회적 통념에선 이제 받아들여야 하는 결과물로 여겨지는 게 현실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때 대권 출마를 공식 선언한 양승조 충남지사의 `내가 행복한 대한민국`이란 슬로건은 `현` 시대를 반영한 `트렌드`란 점에서 높게 평가된다. 기존 정치인들의 틀에 박힌 `우리나 하나`와 같은 주창이 아니란 점에서 분명 `감수성`을 건드릴 수 있는 방향성을 설정했다.

대권 출마를 선언하기까지 많은 분들을 만나 의견을 들었다고 밝힌 양 지사는 `그분들의 말씀은 한결 같았다`고 했다. 바로 `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말이었다고 한다.

경제대국인 이 나라에서 나는 왜 어려운가. 수 많은 아파트가 있는데 나는 왜 집이 없나. 일자리는 늘어난다는 데 나는 왜 아직 일자리가 없을까.

`나는 왜` 라는 국민들의 반문에서 "내가 행복해야 한다"는 요구와 바람을 읽었다고 했다. 양 지사가 꼭 이 질문에 답해주기를 기대한다.

백승목 서울지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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