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등 유급휴가 계획…혜택 못 보는 프리랜서 등은 '그림의 떡'

최근 일부 대기업에서 유급 백신휴가를 도입하자, 지난달 정부의 `백신 휴가제` 방침 발표 당시 나왔던 형평성 문제가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인력·재정난을 겪고 있는 영세사업장 등 중소기업에서는 현실적으로 백신 휴가제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 후 발열·통증 등으로 근무에 어려움을 겪는 접종자들에 휴가를 부여하는 `백신 휴가제`를 도입했다. 접종 뒤 이상 반응이 나타나면 의사 소견서 없이 최대 이틀간 병가나 유급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이라 민간기업 사정에 따라 적용 유무가 결정된다.

삼성 등 일부 대기업이 먼저 백신 휴가제에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백신을 맞는 전 직원에게 접종 당일 하루 유급휴가를 보장하고, 이상 반응 시 접종 후 최대 이틀까지 휴가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백신 접종 휴가 기준`을 발표했다. 같은 날 LG그룹도 백신 접종을 받은 임직원들에게 이상 반응 여부와 관계없이 접종 당일과 다음날 유급휴가를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SK와 현대그룹 등도 휴가 도입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영세사업장이나 중소기업에 유급 백신휴가는 여전히 `그림의 떡`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지역 경제계에선 부족한 인력과 재정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유급 휴가를 도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대전상공회의소 한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기본적인 격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대기업은 대체인력이 있어 로테이션도 잘 되는 반면 중소기업은 한 사람이 총무와 기획 등 여러 업무를 담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백신접종은 집단면역을 위한 중요한 부분이 맞다"면서도 "기업의 근로조건을 일괄해서 생각하기보다 현실적 상황을 고려해 (백신휴가를) 진행했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중앙회 대전세종충남본부 한 관계자도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상황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쉽게 유급 휴가를 적용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이번 유급휴가 방침은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것도 아닌, 사업주가 온전히 감당해야하는 몫이기 때문에 더더욱 힘들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 중소기업 근로자를 비롯해 프리랜서 등 특수고용직 종사자들도 아쉬움을 털어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역 영세업체 한 근로자는 백신 휴가제에 대해 "이런 혜택은 보통 대기업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기도 했다"면서도 "똑같은 사람인데 누군 대기업 다녀서 백신 맞고 쉬고, 누군 중소기업 다녀서 못 쉰다고 생각하니 속상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장진웅·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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