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월 도입 인사청문회 취지 무색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29명 임명 강행
인사만사,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 필요

박계교 충남취재본부장
박계교 충남취재본부장
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4주년 기자회견을 했다. 관심이 간 대목 중 하나가 야당의 반대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안 된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여부였다. 문 대통령은 이들에 대한 검증 실패보다는 인사청문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야당이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능력 부분은 그냥 제쳐두고 오히려 흠결만 놓고 따지는 청문회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다음 정부에서 인사청문회를 뜯어고치자고 제안을 했다. 도덕성 검증 부분은 비공개로, 정책과 능력만 공개 청문회로 하자는 것이다.

인사청문회는 제16대 국회가 2000년 6월 `인사청문회법`을 제정, 제도적으로 도입됐다. 대통령이 행정부의 고위 공직자를 임명할 때 국회의 검증절차를 거치게 함으로써 행정부를 견제하는 제도적 장치다. 고위 공직에 지명된 사람이 자신이 맡을 공직을 수행해 나가는 데 적합한 업무능력과 인성적 자질을 갖추었는지를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통해 검증하는 절차를 밟는다. 여야의 합의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이 되면 대통령이 지명자를 임명한다. 야당이 반대를 해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대통령은 임명을 할 수 있다. 물론 국민들 시선과 야당과의 관계 등은 대통령이 떠안아야 할 정치적 부담이다.

이 정부 들어 현재까지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모두 29명이다.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후 역대 정부 중 가장 많다. 인사청문회 제도 취지가 무색하다. 능력이 우선인지, 도덕성이 우선인지 헷갈린다. 우스갯소리로 인사청문회 때문에 정작 유능한 인재들은 관직에 나오려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다.

다시 장관후보자 3명의 인사청문보고서로 돌아오면, 문 대통령은 11일 이들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14일까지 보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공을 국회로 넘겼다. 나흘간의 시간을 준 셈인데,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까지 맞물리면서 복잡한 형국이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3명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 수순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문 대통령의 인사청문보고서 재요청에 야당은 즉각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인사청문회를 통해 이들 장관 후보자 3명이 모두 부적격이라며 지명 철회를 요구했고, 정의당도 임혜숙 과기부 장관·박준영 해수부 장관 후보자 2명에 대해 임명 반대 입장을 내놓은 터라 문 대통령에 대한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윤희석 대변인은 논평에서 "문 대통령의 청문보고서 재요청은 남은 1년도 눈과 귀를 막고 가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도 "임, 박 후보자의 경우 임명을 강행하면 정권과 여당의 오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임명 반대의 뜻을 같이했다.

여당 내에서도 임명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대전 유성을이 지역구인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임명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이 의원은 "장관으로서 리더십을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현재 제기되는 여러 의혹에 대한 해명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장관직을 온전하게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결국 대통령이 지명권과 임명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결자해지해야 한다. 후보자들 스스로 현 상황을 직시하고 자진사퇴하는 방안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사가 만사라 했다. 사람을 잘 뽑아서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일이 잘 풀린다는 말이다. 오늘이 지나면 또 다시 문재인 대통령의 시간이 된다. 지금도 많다. 부디, 30명을 채우지 말았으면 한다.

박계교 충남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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