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세종·청주 등 도전장

[사진=연합뉴스·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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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건희 삼성 전 회장이 기증한 미술 소장품을 전시할 공간을 두고 전국 각지에서 유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부산, 수원 뿐만 아니라 대전과 세종, 청주 등 충청권 자치단체들도 각자의 논리에 따른 `유치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문화·예술계에서는 과열 경쟁에 따른 시민 편익 저해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2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현재 이 전 회장 유족이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문화재·미술품을 수용할 미술관(박물관) 신설이 검토되고 있다.

이번에 기증된 소장품은 총 2만 3000여점으로, 물량이 방대해 기존 박물관·미술관에는 보관할 수장고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부산과 창원, 수원과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일명 `이건희 컬렉션`을 유치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이건희 컬렉션에는 국보·보물급 유물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유치 시 지역 관광 활성화·경제 가치 창출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대전과 세종, 청주 등 충청권 각 자치단체 또한 컬렉션 유치를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선 대전은 옛 충남도청사 부지 활용 방안과 연계해 이건희 컬렉션을 유치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대전은 구 청사 건물을 미술관으로 활용하고, 부지 내 현대식 수장고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이 같은 계획이 성사된다면 컬렉션 유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종 또한 컬렉션 유치를 위한 물밑 작업에 착수했다. 세종은 박물관 부지 등 컬렉션 수장고를 건립할 땅이 확보돼있는 점, 지역이 국토의 중심부에 위치해 국민 접근성이 높은 점 등을 논리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또 미술관 하나 없는 세종이 컬렉션을 유치할 경우 `행정수도 위상`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대의 명분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최근 허태정 대전시장과 이춘희 세종시장은 각각 황희 문체부 장관을 만나 이건희 컬렉션 유치에 대한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도 컬렉션 유치를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청주는 이 전 회장의 유족들의 뜻에 부합하는 곳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이 유력하다는 논리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유족들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이건희 컬렉션 전시실` 설치 정도를 원할 뿐이며, 별도의 이건희 박물관 건립을 원치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는 지난해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증설을 위한 협의에 돌입, 이 전 회장 유족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곳은 지역 현대미술관이 최적이라는 점을 내세울 전망이다.

이와 함께 충북 충주에서는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중원정책포럼`이, 충남에서는 한 도의원이 컬렉션 유치를 위한 목소리를 내는 등 경쟁이 충청권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도 보인다.

문화예술계에서는 이건희 컬렉션을 둘러싼 지자체 간 과열이 자칫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돼 `시민 편익 증진`이라는 미술관 건립의 취지를 잃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지역 문화예술 전문가는 "미술관 유치에 대한 지자체 간 과열이 심화될 경우 엉뚱한 제 3의 장소에 건립 된다거나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결정권자인 정부도 각 지자체의 입장을 신경 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 간 경쟁을 해야 한다면 편익 증대라는 최선의 결과를 위한 대승적 공조도 한가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천재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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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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