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은 부동산이다. 한번 지으면 철거하기 전까지 스쳐가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 추억과 기억이 남아 있을 수도 있고 애정 깊은 그 무엇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건축 개념은 상업용 건축물에서는 임대라는 현실의 문턱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도록 단순한 설계와 공사기간 단축할 방향제시까지 요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흘러왔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공간을 요구하고 이에 부응하는 건축이 나타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 볼 수 있고 조금씩 바뀌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정부에서 진행하는 그린리모델링(기존 노후화된 공공건축물의 에너지 성능 개선)사업과 그린스마트 미래학교(학습과 놀이가 공존하는 창의적 학교공간 조성) 사업은 뉴딜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현재 시행의 주체가 정부의 예산이 반영되는 사업이기는 하나 앞으로 민간 건축(물)에도 그 영역과 범위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욕심은 살짝 지나쳐도 좋을 듯하다. 서로가 공간과 영역에 대한 질적 차이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상호 보완과 상생의 균형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 본다. 우리는 건축(물)으로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건축은 부동산이기에 시간이 흐름에 따라 땅과 함께 금전적 가치가 상승하니 자산 증식의 한 부분으로 보기도 하며 자연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고 편히 쉴 수 있는 안식처를 제공하니 공간의 가치로 평가하기도 한다. 동시에 우리는 사용자들의 편리함을 위해 위법이나 편법을 당연시 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우리 모두는 각종 법규 및 제도를 통해 건축(물)을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제한은 어떠한 건축에도 예외는 없어야 한다. 건축과 우리는 함께 공존해야 하므로 시대의 흐름에 따라 건축(물)에 바라는 욕심 또한 바뀌어야 한다. 건축(물)은 일장춘몽(한바탕 꿈을 꿀 때처럼 흔적도 없는 봄밤의 꿈) 이루어지지 않는다. 욕심을 버리고 충분한 시간과 다양한 시각 그리고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건축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라면은 냄비에 빨리 끓여야 맛이요, 된장찌개는 뚝배기에 오래토록 끓여야 맛이란다. 그 건축(물) 각각의 특성에 맞는 계획과 시공 그리고 유지관리가 되도록 마음을 비우고 잠시 멀리서 바라보자. 그러면 잘 보일 테니.
윤석주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라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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