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희 충남대의대 재활의학교실 교수
조강희 충남대의대 재활의학교실 교수
우리나라가 해방된 후 1950년쯤 평균 수명이 40-50세였지만 현재는 80세가 넘어가고, 조금 과장하면 곧 90세가 될 것이다. 더구나 인구 고령화 속도도 세계 1위 수준이다. 오는 2045년에 우리나라 고령화 인구 비율은 세계 1위가 될 것이다. 인구 고령화와 함께 증가하는 것이 장애인 비율이다. 고령화에 따른 퇴행성 신경계, 근골격계 질환에 의한 장애의 증가와 여명의 증가가 원인이다.

장애 인구는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약 5%(261만 명)이고, 급속하게 증가해 선진국 수준인 약 10%에 도달하게 된다. 국민 10명 중 1명이 장애나 고령화에 따른 질환으로 고통을 받고, 이들에 대한 의료·복지 서비스 수요는 급속하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과거 10년 동안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보장 범위가 급속하게 확대됐다. 의료 서비스의 제공 수준이 높아질수록 인구 고령화는 더 확대되고, 그에 따라 장애인의 인구 대비 비율은 증가하는 것이 필연적이다.

수년 전에 소위 `장애인 건강권법(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이 제정·공표돼 시행 중이다. 법률의 명칭이 의미하는 대로 장애인의 복지를 넘어서 건강에 대해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겠다는 의미를 내포한 법률이다. 이 법에서는 장애인 건강에 대해 건강검진, 체육, 교육, 연구, 통계 등 사업을 국가가 하도록 강제하고 있고, 장애인의 의료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의료비 지원을 정부에게 책임을 지우고 있다.

필자는 재활의학과 의사다. 장애가 있거나, 장애를 가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환자를 진료하고 이들에게 최선의 의학적 치료를 제공해 장애를 없애거나 최소화하고, 그래도 남는 장애를 여명 동안 가지면서도 사회와 직장에 복귀할 수 있는 환자를 만들어 주는 의료 분야다. 재활의학과 의사가 환자를 보면서 치료의 목표 설정은 중요하다. 장애를 초래한 질병의 발생 후의 시간 즉, 유병기간과 장애의 정도, 합병증 유무, 환자의 나이와 직업 등을 고려해서 재활치료의 내용과 기간, 강도를 설정해 최종적으로 환자가 사회의 일원이 돼서 독립적으로 살 수 있도록 강요(?)하는 의료 분야다. 예를 들어서 교통사고로 인해 흉추골절로 하지마비가 발생한 30대 회사원이 입원하면, 재활치료의 목적은 무조건 환자를 병 전의 직장에 돌려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환자에게 혼자서 식사, 대소변 처리, 휠체어 사용, 휠체어에서 승용차로 이동 등을 위한 재활치료(사실 훈련에 가깝다)를 집중적으로 제공한다. 가능한 단기간, 내 환자 중 3개월 만에 하지완전마비지였지만 자기 차를 몰고 퇴원해 직장에 복귀한 경우도 있다.

이러한 집중적인 재활치료, 재활훈련, 재활복지의 장점은 장애를 가진 우리 국민이 단순히 복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복귀하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은 단순 수술, 약물치료보다 더 많은 경제적인 부담이 따르고, 사회 복귀가 어려워지면 가족의 경제적인 부담은 장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장애인 건강권법이 시행되면서 우리나라의 재활의료서비스 제공에는 많은 변화가 있어 왔다. 하지만 이 법의 제목처럼 장애인의 의료 접근성 보장과 확대를 위해서는 장애인의 재활치료(최소한 이것만이라도)에 대해서라도 암·희귀난치성질환 등처럼 건강보험 총 진료비 중 본임부담금의 획기적인 경감 혜택 제공이 필요하다. 장애에 대한 재활치료는 단기간에 종료되는 치료가 아니기 때문에 장애를 가진 가족들의 정상적이고, 생산적인 사회·경제활동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세계 1등의 고령화 속도에 따라 우리나라의 각 가정에는 장애를 가진 부모님이나 가족을 간병하고, 보호하면서 살 수밖에 없지만, 장애를 하나의 희귀난치질환으로 간주하며 재활치료에 국가와 사회가 지금보다 조금 더 도와준다면, 환자뿐만 아니라 나머지 가족의 정신, 신체, 경제적인 건강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조강희 충남대의대 재활의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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