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접종 권장에 부모는 기피…정부 AZ 독려에도 우려 여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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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도 부모님을 대신해 백신 접종 신청이 가능하다고 하길래 신청해드릴까 여쭤봤더니 언성을 높이시더라고요. `뭘 믿고 맞냐, 맞고 탈 나면 누가 책임지냐`면서요. 어버이날이기도 해서 기쁜 마음으로 먼저 말씀드렸는데, 큰소리만 들어서 당황스럽고 한편으론 서운하기도 했습니다."

충남 서산에 사는 이모(31) 씨는 지난 어버이날 부모님과 저녁 식사를 하던 중 혼쭐이 났다. `백신 접종` 때문이었다. 좋은 마음에 접종 얘길 꺼냈지만, 백신에 대한 불신이 완고한 부모님에게 꾸중만 들었다. 이 씨는 괜히 접종 얘길 꺼내 어버이날 분위기를 망쳤다며 속상해했다.

지난 6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에 대한 사전 예약이 시작된 후 지난 주말 내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권하는 자녀와 고민하는 부모 간 얼굴을 붉히며 말 싸움까지 벌였다는 가정이 적지 않는 등 백신 접종 논란이 밥상머리에서 뜨거웠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망에도 해당 상황에 대한 댓글들이 등장했다. `전화로 안부인사 드리려다 백신 때문에 서로 언성만 높이고 끝났다`, `아무리 설명해도 백신이 무섭다는 말씀만 되풀이하셔서 답답했다` 등 부모 자식 간 백신 접종을 둘러싼 내용이 주를 이뤘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뒤 각종 이상 사례가 알려지면서 불안감을 느낀 부모 세대들은 선뜻 접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반면, 자식들은 그러한 부모를 보고 가슴앓이만 하는 모습이 목격됐거나 전해졌다.

이런 상황은 예방 접종 예약률에도 반영되고 있다. 지난 6일부터 AZ 백신에 대한 사전 예약이 시작된 70-74세 코로나19 예방 접종 예약률은 20%대다. 전체 접종 대상자 212만 9833명 중 예약 인원은 9일 현재 55만 7244명으로, 26.2%의 예약률이다. 예약 초기인데다가 실제 접종일까지 기간이 많이 남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 이른 상황이지만, 정부의 60세 이상 인구 80% 접종 목표 달성에 차질이 빚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없지 않다.

정부의 집단면역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사전 예약 과정에서 일부 지역 신청자가 몰리며 질병관리청 홈페이지 온라인 예약시스템이 먹통되는 문제나 보건소에는 문의 전화가 폭주하면서 업무 마비 등을 일으키는 점 등에 대한 보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부는 부모와 자녀 세대 간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 듯 `최고의 효도 선물, 예방접종`이란 홍보를 통해 대국민 백신 접종 독려에 나서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최근 국내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 효과 분석 결과, 1차 접종 만으로도 2주 뒤 86.6% 이상의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측은 "코로나19 전체 확진자 가운데 60대 이상은 26.9% 수준에 그치지만, 전체 사망자 가운데 60대 이상은 무려 95.4%에 이른다"며 "자녀들에게 부모의 사전 접종 예약 시기를 미리 확인하고 챙겨달라"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아직 역부족인 상황이다.

지역 의료계 한 인사는 "하루빨리 대한민국이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집단면역을 형성해야 한다"며 "현재 상황을 보면 오는 11월 전 국민 5200만 명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마무리한다는 `집단 면역`은 갈 길이 먼 것 같다. 정부나 지자체 등 방역당국이 보다 더 적극적으로 백신 접종의 필요성에 대해 대국민 홍보나 설득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앞서 정부는 고령층 예방 접종이 생명과 안전 보호를 위해 가장 효과적이고 우수한 방법이고 이익이 절대적으로 크다며 접종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현재 사전 예약은 70-74세(1947-1951년생) 노인과 만성중증 호흡기질환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65-69세(1952-1956년생)는 10일부터, 60-64세(1957년-1961년생)는 오는 13일부터 예약이 시작된다. 장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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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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