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명대 정해갑 교수 그리스 비극 시리즈 5권 출간

상명대 정해갑 교수가 자신의 헬라어 원문 번역 작품인 `메데이아`를 들고 설명하고 있다. 박하늘 기자
상명대 정해갑 교수가 자신의 헬라어 원문 번역 작품인 `메데이아`를 들고 설명하고 있다. 박하늘 기자
[천안] 고대 그리스어(헬라어) 분야 권위자가 10년에 걸친 작업 끝에 헬라어 원전을 우리말로 직역한 고대 그리스 비극 작품 5권을 펴냈다.

상명대학교 정해갑 교수(58·영어권지역학전공)는 지난 달 고대 그리스의 3대 극작가인 `에우리피데스(Euripides)`, `소포클레스(Sophocles)`, `아이스킬로스(Aeschylos)`의 작품 5권(메데이아, 오이디푸스, 아가멤논, 박카이, 히폴뤼토스)을 우리말로 직역해 출간했다.

그동안 국내에 출간된 고대 그리스 문학 작품들은 대부분 영어, 독일어, 일본어 등으로 번역한 것을 재차 한국어로 옮긴 중역본이다. 헬라어, 라틴어 등 옛 서양 언어로 된 고대 문학 작품을 우리말로 직역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다. 타 문화권인 우리나라 독자가 이해할 수 있는 합당한 단어를 찾고 문장을 정돈해야 한다. 고대 언어로 된 작품이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데 비해 현대어로 쓰여진 인기 있는 외국 서적보다 나은 보상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고대 작품들은 직역보다 외국 번역본을 중역하는 편이다.

정해갑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인문학 연구가 이뤄지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원천문화에 기초한 적확한 우리말 번역 작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 교수는 "고전을 접할 때 아픈 마음 중 하나가 읽을 만한 번역서가 없다는 것이다. 번역자의 오류에 더해 중역을 하다 보니 내용이 완전히 달라진 새로운 작품이 돼 버린다"며 "문화를 중심에 두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근거를 주는 것, 원천 문화를 읽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의 이번 작업은 자그마치 10년이 걸렸다. 헬라어는 난해한 언어다. 고대 그리스 작품을 제대로 번역하기 위해선 문화와 언어 모두에 정통해야 한다. 그가 국내에서 손꼽히는 헬라어, 라틴어, 히브리어 등 고대 서양 언어의 권위자였기에 가능했다.

교수의 실적 측면에서 고대 언어를 번역하는 것보다 논문을 더 쓰는 것이 유리하다. 번역 출판은 연구실적으로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다음 10년의 고대 그리스 작품 번역 작업 준비를 하고 있다.

정 교수는 "일부가 전유하는 학문 풍토에 대해 대중들이 원천 문화를 통해 바로 잡기를 소망한다. 이를 위해선 정확도를 전제로 한 가독성 높은 번역 작품이 필요하다"며 "헬라어 고대 그리스 문화에 평생을 다할 것이다. 이것이 주어진 소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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