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파 눈치보기 급급한 여당
개혁 목소리 벌써 자취 감춰
보선 참패 망각해 안타까워

은현탁 논설실장
은현탁 논설실장
4.7 보선을 치른 지 한 달이 가까워 오면서 집권 여당이 여전히 변한 게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말로만 민심의 회초리 운운했지 결국 아픈 시늉도 하지 않는 것 같다. 맷집이 좋은 건지 애써 외면하는 건지 알 길이 없다. 4.7 보선이 끝나고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렸는데 정작 혁신하려는 움직임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당내 일각에서 일고 있는 변화의 움직임마저 외면하고 있다.

선거 이후 당내 친문 강성 당원들의 목소리는 더 커진 느낌이다. 국민들은 불공정과 불평등의 대명사로 `조국 사태`를 거론하며 반성을 요구했는데 친문 강성들은 여전히 `조국은 건드리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선거 패배 직후 초선의원들의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가 됐다. 초선의원들은 조국 사태를 거론하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가 친문 당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맞고 꼬리를 내렸다. 되레 초선 5적으로 몰리면서 개혁의 목소리는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LH 사태는 보선에서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린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데 사후 처리를 보면 제대로 되는 게 없다. 여권의 LH 혁신 방안에는 토지 및 신도시 개발 권한을 LH에 두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말도 나온다. LH 조직에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려 하고 있다는 얘기다. 선거 전 당정이 해체 수준의 혁신안을 만들겠다던 결기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 전국적으로 부동산 투기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곳곳에서 맹탕조사, 셀프조사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뿐만 아니다. 서울과 부산시장 보권선거를 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망각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4.7 보선 패배 이후에도 문제의 당헌당규를 재개정하지 않고 그대로 두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선을 할 경우 후보를 추천하지 않기로 규정한 당헌을 뜯어고친 뒤 후보를 냈다. 당을 쇄신한다면서 이걸 아직도 다시 손질하지 않았다. 앞으로 같은 일이 벌어지면 또다시 후보를 내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문 윤호중 의원이 선출된 사실도 당내 분위기를 반영한다. 친문 핵심이다 보니 당 쇄신은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내 변화와 쇄신보다는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이른바 `개혁 완수`에 더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국민정서와 맞지 않고 상대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막무가내식 발언들도 여전하다. 윤 원내대표의 현충원 돌발 사과는 어처구니없다. 순국선열에 참배를 하는 도중 서울과 부산시장 성추행 피해자를 의식한 듯 "피해자님"이라고 부르며 사과를 했다. 사과의 시간이나 장소, 방식 모두 부적절하다. 과연 진정으로 사과하고 반성하는지 의구심이 들게 만든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외눈으로 보도하는 언론, 양눈으로 보도하는 뉴스공장" 발언은 장애인 비하 논란에 휩싸여 있다.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듣는 사람이 불쾌했다면 사과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민주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친문 강성 당원들을 의식한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은 당초 종합부동산세 인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전당대회가 가까워지자 슬그머니 발을 빼고 있다. 5.2 전당대회는 결국 선거 참패에 대한 제대로 된 반성과 토론이 없는 `친문 감별 대회`로 전락하고 있다.

이러니 아직도 민주당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거대 여당의 독선과 오만은 선거 이후에도 변한 게 별로 없는 것 같다. 뒤늦게 코로나 19 백신을 확보해 놓고선 야당 탓, 언론 탓을 하고 있는 것도 볼썽사납다. 집권 여당이 벌써 4.7 보선 참패를 망각해 버린 것은 아닌지. 민심의 회초리보다 친문을 더 무서워하니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다. 은현탁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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