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1월 집단면역 문제 없다"
미국에만 의존, 새로운 대안 필요
국내 제품 개발 답보, 불안감 여전

장중식 취재1부장
장중식 취재1부장
`11월 집단면역 문제 없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가 2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답한 내용이다.

홍 부총리는 "대한민국의 백신 접종 역량은 충분하다"며 하루에 접종할 수 있는 역량은 약 15만 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백신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게 되면 민간의료기관까지 포함해 1만4000개 센터를 동원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하루 150만 명까지 접종 가능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달 말까지 접종이 가능한 인원은 300만 명이다. 정부 계획대로 백신접종이 이뤄지면 상반기에 1200만 명에 이르는 국민들이 접종을 마쳐 접종비율은 22-23%에 달한다.

문제는 이후부터다. 홍 부총리는 `하반기까지 계획대로 백신이 들어온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만에 하나 차질이 빚어질 경우, 11월까지 3600만 명 접종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오는 11월 약 65-70%까지 집단 면역을 마치겠다는 계획은 말 그대로 `한여름 밤의 꿈`이 될 수 밖에 없다.

4월 현재 정부가 공급계약을 체결한 백신 물량은 7900만 명 분이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2080만 회 분의 공급 예정 물량 중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등 백신은 1809회 분에 불과하다. 국민 1인당 맞아야 하는 접종 횟수가 1회가 아닌 2회 이상 백신이라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백신 도입이 어려워질 경우를 대비해 백신을 위탁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나라, 이것이 정부의 대안이다. 한마디로 위탁생산을 하겠다는 의미다.

설상가상으로 같은 날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미국과의 우방을 강조하며 통상 차원의 `빅딜`을 연상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정 장관은 지난해 미국 정부 요청에 따라 한국이 진단키트와 마스크를 공수해 준 점을 언급하며 미국과 백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간 차원의 반도체·배터리 협력 확대가 미국 내 백신 지원 여론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점을 미측에 강조했다"는 정 장관은 "미국이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작년에 우리가 보여준 연대 정신에 입각해 현재 우리가 겪는 백신 어려움을 도와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백신 확보를 위해 미국에 제공할 `반대급부`를 묻는 질문에 정 장관은 "바이든 미 대통령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분야도 많이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미국 측과 협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반도체 협력`이 반대급부가 될 수 있을지 묻자 "교환 대상이라 보지 않는다"면서도 "반도체 분야나 미측이 관심을 갖고 있고 우리 기업에서 능력 있는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라든지 여러 가지 협력 분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속내를 들여다 보면 과거 농산물 수입확대를 요구한 미국의 통상 압력과 별반 다르지 않다. `기브 앤 테이크`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백신과 반도체 배터리 시장을 놓고 흥정을 보이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는 대목이다.

스와프 체결 등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백신을 지원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도 재확인했다. 미국이 집단면역을 이루기 위한 국내 백신 비축분에 여유가 없다는 입장도 마찬가지다.

가장 큰 문제는 불안감이다. 백신의 안전성 논란 속에서도 집단면역을 위해 기꺼이 팔을 걷어 부치는 국민을 생각해야 한다.

4차 대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는 코로나19만큼이나 위태스런 모습을 보이는 정부 각료의 말이 국민들의 동의를 얻기가 쉬울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가며 기다렸던 `한국산 백신` 개발 소식도 감감한 4월, 무엇하나 미더운 것이 없다.

진정 국민의 안위와 건강을 위한다면 보다 확실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대책이 없는 정부, 그 자체가 문제의 핵심이다.

장중식 취재1부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장중식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