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원 신부·대전교구 천주교 홍보국장
강대원 신부·대전교구 천주교 홍보국장
지난 달 기고 때에는 `해미국제성지`선포에 관한 내용을 소개했다. 그래서 이번 달에는 해미국제성지에 가는 길에 대해 소개를 하고자 한다.

당진시 일대는 옛 지역명으로 내포지역이라 한다. 바닷물이 안쪽까지 들어온다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그래서 이 내포지역에는 중국을 통해 선교사들이 들어오고 조선인들이 신앙공동체를 형성하던 장소들이 발달하여 천주교에서 지정한 성지들이 많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가톨릭 사제인 김대건 신부님께서 태어나신 솔뫼성지, 1890년 설립되어 수 많은 신앙인들의 못자리가 된 합덕성당,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 소속으로 조선의 제 5대 교구장이었던 다블뤼 주교님의 주교관이었던 신리성지,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죽음의 길을 가던 중 마지막으로 자신의 고향을 바라보았던 한티고개, 배교를 하라는 물음에 끝까지 신앙을 지키며 지상에서의 삶을 마무리하고 천상의 삶을 택했던 장소인 해미성지. 이 장소들을 잇는 길이 당진시에서는 버그네 순례길, 서산시에는 해미성지순례길로 불리우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다른 길로 불리우고 있는 이 길은 사실상 같은 길이며, 천주교 대전교구에서는 이 모든 길을 아우르는 명칭으로 `해미국제성지순례길 Ⅰ`로 부르게 되었다. 그래서 천주교 대전교구에서는 이 길을 직접 걸으며 안내를 하는 동영상을 제작 중에 있다. 굳이 이 길에 대해 언급하는 이유는, 코로나 시대를 겪고 있는 우리들에게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 차원에서 걸을 수 있는 장소를 알리고자 하는 목적이다.

대자연이 그리고 있는 멋진 산수화의 시간이지만 코로나라는 걸림돌로 인해 답답한 시간을 지내고 있다. 나의 의지와 노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시간들, `우리`라고 하는 공동체적 차원의 노력과 결실(백신과 치료제)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이런 때에 가장 작은 `우리`의 개념인 가족들끼리 어딘가를 가고 함께 시간을 나누는 시간이 점점 소중해 지고 있지만 마땅한 장소를 찾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이런 때에 해미국제성지순례길을 함께 걷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꼭 가톨릭신자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번 언급하였던 산티아고 순례길과 같이 이 해미국제성지순례길은 특정 종교에만 국한된 길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신앙인이라면 `과연 나는 순교자들처럼 나의 신앙을 위해 생명을 내놓을 수 있는가?`라고 자신의 신앙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며, 같은 믿음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는 이들은 `내가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가족들을 위해 나는 어떤 표현을 하고 있고 얼마만큼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라는 생각 안에서 걸을 수 있는 길일 수도 있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도 좋은 소식들이 들리지 않고 오히려 더 불안하게 만드는 일들이 더 많아지고 있는 느낌이 든다. 다른 소식이나 다른 일들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 기쁘게 만들어주기를 기대하기 보다는, 지금 내가 처해있는 상황 속에서 내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 현명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행복을 만들어 가는 과정 중에 우리 선조들이 생명을 바치며 걸어갔던 길을 걸으며, 우리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길을 걸으며, 나 자신을 되돌아 보는 길을 걸으며 만들어 간다면 더욱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일들이 많아져서 새로이 선포된 해미국제성지순례길이 모든 이들로부터 사랑받는 길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천주교 대전교구 홍보국장 강대원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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