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일선 학교의 운동부 부족으로 자녀를 프로 선수로 키우려는 학부모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 학부모는 전출을 불사하고 운동부가 있는 학교로 `원정`을 떠나는 등 운동부 부재로 인한 인구 유출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0일 대전시교육청과 세종시교육청에 따르면 세종시 학교에 운영되는 운동부는 타 지역에 비해 적은 실정이다. 이날 기준 세종의 99개 초·중·고교 중 19개교에서 육상과 레슬링, 씨름과 검도 등을 가르치는 운동부가 운영되고 있다. 반면 인근 지역인 대전의 경우 300여개 초·중·고교 중 156개교의 운동부에서 축구와 야구를 포함한 소년·전국체전 출전 종목 대다수를 훈련하고 있다. 단순 셈법으로 비교해봐도, 대전 초·중·고교들은 50%가 넘는 비율로 운동부가 운영되는 반면 세종 학교의 경우 20%를 넘기지 못 한다.

이는 정부 시책이 프로선수 육성 중심의 `엘리트 체육`이 아닌 일반 시민과 학생도 참여하는 `생활 체육 강화`인 까닭이다. 정부는 `공공스포츠 클럽`을 운영해 학생이 운동에 `올인`하지 않더라도 클럽에 가입, 체육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자녀를 프로 선수로 키우려는 세종시 학부모들은 이 같은 방침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세종시교육청이 생활 체육 강화 기조 아래 상대적으로 운동부 신설에 소홀하다는 것이다. 대전과 세종시교육청 안팎으로는 이들 학부모가 운동부가 있는 인근 대전과 청주 등지로 이사해 자녀를 운동부에 가입시키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는 전언도 들려온다.

세종시 학부모 A씨는 "자녀를 야구선수로 키우기 위해 운동부가 있는 학교를 알아봤지만, 지역에는 관련 운동부가 전무해 사설 클럽에서 훈련 받는 것으로 결정했다. 공교육을 통해 프로선수를 길러내지 못 하니, 지역 학부모 대다수는 사설업체로 눈을 돌린다"며 "일부 프로 운동선수를 꿈꾸는 아이들은 인근 지역으로 원정을 떠나면서 훈련 받는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교육청은 학부모 인식 변화 등의 이유로 학교 내 운동부 신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에 운동부를 설치, 운영하기 위해서는 학교 운영위원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운영위원들의 미동의로 운동부 설치가 무산된다는 것이다.

세종시교육청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학교 운동부가 축소되고 학생 운동 선수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축구와 야구 같은 단체종목은 운동부 신설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며 "운동부 신설을 위해 관련 공문을 보내도 학교운영위를 통과하지 못 하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 운동선수 육성과 관련해서는 학부모들 불만이 제기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정부 방침 아래 클럽형 체육 훈련이 활성화되면 프로 선수 육성에 대한 틀이 잡힐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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