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욱 남서울대 교수·㈔대한건축학회 부회장
한동욱 남서울대 교수·㈔대한건축학회 부회장
작년 이즈음 문화계에서 영화 `기생충`이 화제가 됐는데 올해는 영화 `미나리`가 그 바통을 이어 받았다. 해마다 3-4월은 미국 아카데미상 후보 발표와 시상식이 있는 때라 주요 부문 수상에 대한 예상과 기대가 뉴스거리로 회자된다. 우리나라 감독, 우리나라 배우가 후보라 더욱 관심을 모으는 것이다. 건축계 노벨상이라고 하는 `프리츠커상`도 수상자 발표를 3월에 하기에 이 또한 해마다 이즈음의 문화계 이슈 중 하나가 되고 있다. 프리츠커상 수상은 `건축예술을 통해 재능과 비전, 책임의 뛰어난 결합을 보여주어 사람들과 건축 환경에 일관적이고 중요한 기여를 한 생존한 건축가` 중의 한 사람으로 세계적인 평가를 받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리츠커상을 주관하는 하얏트재단은 3월 16일 올해 수상자로 프랑스 듀오 건축가 안느 라카통, 장 필리프 바살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심사위원단은 "안느 라카통과 장 필리프 바살은 생태적 위기상황을 맞은 현 시대 상황에 대응해 모더니즘의 유산을 새롭게 갱신하는 건축적 접근법을 정의했을 뿐 아니라 투명하고 강력한 공간감과 재료의 감각을 통해 이를 성취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이 두 건축가는 건축 환경의 변화 발전은 필요하지만 이를 위한 선제적 조치로서의 철거는 편의적이지만 단견적인 결정에 불과하다는 원칙을 올곧게 견지해 왔다는 것이다. 즉 기존 건축 환경의 철거는 에너지와 자원의 낭비, 역사(歷史)의 상실과 함께 사회적으로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폭력 행위의 일종이나 다름없다는 신념 아래 노후한 공공 건축물이나 주택 등을 저렴한 비용으로 넓히고 기능을 살려내는 작업을 해왔다. 그들은 주거, 문화시설, 교육시설, 공공공간 등에서 도시개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기존 건축물의 지속가능성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기본에 충실한 접근을 통해 공간의 새로운 활력을 부여하고 있다. 그들은 건축물이 궁극적으로 `어떻게 보일까`가 주요 관심사는 아니라고 하고 있다. 공간의 목적이나 사용에 초점을 맞춰 내부로부터 설계한다는 의미다. 그들이 설계한 건축물은 대부분 `스타일리시`하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그들의 작업 결과는 충분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들은 미학적 아름다움이란 추구의 대상이 아니라 창조 과정의 결과로 발현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름다움은 항상 마지막에 일어난다." 이 말은 그들이 건축의 미학적 측면에 대해 언급한 바다.

그들의 대표작 중 하나인 프랑스 파리의 `라 투르 브와 르 프레트르 타워` 프로젝트는 1960년대 초반 지어진 공동주택을 17층의 96가구 규모로 리모델링한 것이다. 기존의 콘크리트 파사드를 제거하고 각 세대 내부 공간의 확장과 생태기후 발코니(Bioclimatic Balcony) 조성을 통해 쾌적한 주거 환경을 만들었다. 이전에 내부 지향적으로 한정되었던 거실 공간은 이제 대형 창호를 통해 도시의 풍광을 가득 담아내고 있는 새로운 테라스로 확장되어 새로운 사회 주택의 미학을 보여주고 있을 뿐 아니라 도시의 신선한 경관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2017년 프랑스 보르도의 그랜드 파르크(Grand Parc) 프로젝트에서도 적용되어 530세대의 공공집합주택 단지의 리모델링을 하면서 철거 재건축의 경우에 비할 수 없는 적은 비용으로 거의 두 배 가까운 면적 증대 효과와 참신한 경관 효과 등을 구현할 수 있었다. 더욱이 기존 입주민들의 퇴거 조치 없이 공사를 해 호평받기도 했다고 한다. 최근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이런 저런 주장과 논의들이 많지만 신규 주택의 양적 공급 못지않게 기존 주택들의 리모델링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점에서 올해 프리츠커상 수상 건축가들의 작업은 충분히 주목할 가치가 있다. 새로 짓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한동욱 남서울대 교수·㈔대한건축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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