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기 작가 고향서 솟대 조각 2막 인생

[천안]나무의 싱그러움이 더해지는 계절. 생명력이 다한 나무에 숨결을 불어넣는 이가 있다. 오랫동안 제자들을 길러낸 초등학교를 떠나 솟대를 만들며 새로운 2막 인생을 살고 있는 안영기(71·천안시 수신면·사진) 작가이다. 평교사로 출발한 안 작가는 2012년 교장으로 퇴임까지 수십 년을 교육계에 몸 담았다. 2019년 봄부터는 고향인 천안시 수신면 속창리에 작업실을 마련, 솟대 제작에 전념하고 있다. 아름드리 보호수가 초입을 지키고 있는 작업장은 교육장과 전시장까지 갖춰 다양한 솟대 천 여 점을 둘러볼 수 있다.

안 작가는 교직생활 중 솟대와 인연을 맺었다. 방학이면 전국의 솟대 장인들을 수소문해 솟대 제작 기법을 익혔다. 2012년은 정년 퇴임식 대신 생애 첫 솟대 개인전을 가졌다. 솟대의 어떤 매력에 매료됐을까? 안영기 작가는 "한국인의 손기술은 세계 어느 민족과 비교해도 남다르다"며 "초등학생들이 솟대를 만들어보면 손기술로 인한 지능과 심성 계발은 물론 전통공예의 중요성도 깨우칠 수 있어 먼저 솟대의 세계에 입문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는 떠났지만 고향에 작업실을 연 뒤 안 작가의 솟대 재능기부교육은 계속됐다. 모교인 고향마을 초등학교 학생들을 비롯해 어린이와 청소년, 가족단위 체험객들이 안 작가의 작업실과 교육장을 연중 끊임없이 찾아 솟대 제작을 체험했다.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 여파로 솟대 제작 체험이 여의치 않게 됐다. 체험객은 줄었지만 요즘도 하루 8시간을 묵묵히 작품 제작에 할애하고 있다. 작품 폭은 솟대 뿐만 아니라 장승과 탈로 더 확대했다.

안영기 작가는 "나무나 돌로 만든 새를 긴 장대나 돌기둥 위에 앉힌 솟대는 소망을 기원하는 희망의 커뮤니케이션 통로"라며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종식돼 일상의 평온을 되찾기를 바라는 정성과 마음을 담아 솟대를 만들어간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수습 뒤에는 지금까지 완성한 솟대와 장승, 탈 작품을 모아 연작 전시회를 갖고 싶다는 바람도 피력했다. 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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