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금강대 맨 우층의 선학(仙鶴)이 삿기 치니
춘풍 옥적성(玉笛聲)의 첫잠을 깨돗던디
호의현상*이 반공(半空)의 소소 뜨니
서호 녯 주인*을 반겨셔 넘노는 듯
소향로 대향로 눈 아래 구버보고
정양사 진헐대 고텨 올나 안즌마리
여산 진면목이 여긔야 다 뵈는구나
어와 조화옹이 헌사토 헌사할샤
날거든 뛰디 마나 섯거든 솟디 마나
부용(芙蓉)을 고잣는 듯 백옥(白玉)을 믓것는 듯
동명(東溟)*을 박차는 듯 북극(北極)을 괴왓는 듯
놉흘시고 망고대 외로올샤 혈망봉이
하늘의 추미러 므스 일을 사로려
천만겁(千萬劫) 디나도록 구필 줄 모르느냐
어와 너여이고 너 가트니 또 잇는가
개심대 고텨 올나 중향성 바라보며
만이천봉을 녁녁(歷歷)히 혀여 하니
봉마다 맷쳐 잇고 긋마다 서린 긔운
맑거든 조티 마나 조커든 맑디 마나
뎌 긔운 흐터 내야 인걸을 만들고쟈
형용도 그지업고 톄세(體勢)도 하도 할샤
천지 삼기실 제 자연이 되연마는
이제 와 보게 되니 유졍(有情)도 유졍할샤
(중략)
그 알픠 너러바회 화룡소 되어셰라
천년 노룡(老龍)이 구비구비 서려 이셔
주야의 흘녀 내여 창해(滄海)예 니어시니
풍운을 언제 어더 삼일우(三日雨)를 디련느냐
음애예 이온 플*을 다 살와 내여스라
마하연 묘길상 안문재 너머 디여
외나모 써근 다리 불정대 올라 하니
천심(千尋) 절벽을 반공애 셰여 두고
은하수 한 구비를 촌촌이 버혀 내여
실가티 플텨 이셔 베가티 거러시니
도경(圖經) 열두 구비 내 보매는 여러히라
이적선 이제 이셔 고텨 의논하게 되면
여산*이 여긔도곤 낫단 말 못 하려니
- 정철, 「관동별곡」-
* 호의현상 : 흰 저고리에 검은 치마란 뜻으로 학을 가리킴.
* 서호 녯 주인 : 송나라 때 서호에서 학을 자식으로 여기며 살았던
은사(隱士) 임포.
* 동명 : 동해 바다.
* 음애예 이온 플 : 그늘진 벼랑에 시든 풀.
* 여산 : 당나라 시인 이백(이적선)의 시구에 나오는 중국의 명산.
40.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문제 풀이]
이 문제를 풀 때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본문>과 <보기>의 서술어를 비교해 서술어의 내용이 서로 일치하는지 여부를 따진다. 이때 <본문>의 작은 따옴표로 묶은 어휘에 주목하고 작은 따옴표 주변의 수식어나 서술어를 파악, <보기> 설명과 비교해서 적절성 여부를 따지면 된다. 이 문제의 정답은 ③번이다. 화자는 `개심대`에서 `중향성`을 바라보며 `천지`가 생겨날 때 `자연스럽게 되었지만 이제와 보게 되니 다 뜻이 있었던 것`이었다고 말한다. 즉 금강산의 만이천 봉우리가 저절로 생겨난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는데, 지금 와서 보니 봉우리마다 맺힌 기운을 흩어 내어 인재를 만들고자 하는 뜻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작가는 자연에 하늘의 이치가 구현된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뒤따라 오는 설명의 `자연의 미가 인간 사회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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