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목 서울지사 차장
백승목 서울지사 차장
`72.5%`. 지상파 3사의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구조사에서 20대 남성이 국민의힘에게 몰표를 준 수치다. 보수 의식이 확고하다고 여겨지는 60대 이상 남성(70.2%)보다 더 높은 결과다. 30대 남성도 63.8%로 압도적이었다. `2030=진보`라는 통념이 깨졌다.

지난해 4·15 총선에서 18~29세 투표자의 56%가 더불어민주당에 표를 던졌다.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득표율은 32%였다.

그러나 불과 1년 사이 서울 보궐선거에서는 지지율이 완전히 뒤집혔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55.3%를 얻은 반면 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34.1%에 그쳤다.

30대 역시 민주당 지지율이 61.1%에서 38.7%로 곤두박질쳤다. "불과 1년 만에 청년층이 보수화됐다"는 분석이 줄을 이었다.

그렇다면 정말 2030 남성들은 보수화가 된 걸까. 이 물음 앞에는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더 이상 보수와 진보라는 프레임이 그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이념이라는 게 더 맞는 듯 해서다.

분위기를 보면 보수와 진보의 모호함 속에서 그들은 `공정`과 `실리`로 해답을 찾으려 했다. 기저에는 `배신감`이 깔려있다. 그들은 "권력을 잡더니 기존 정치인들과 다를 바 없는 행태에 분노가 치민다", "나쁜 사람보다 악랄한 사람이 더 싫다. 정의를 외치면서 뒤로는 남의 몫을 가로채는 권력이 악랄"이라고 했다. 진보·보수와 같은 기존 이념을 `허구`처럼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이런 점을 눈치챘는지 `대학내일 20대연구소`는 가치관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출근해 업무를 준비해야 한다`는 문항에 37%만, `내가 손해일지라도 조직이 이득을 보면 만족한다`는 문항에는 32%만 동의했다. 과반수가 동의한 50대 중심의 86세대와는 대조적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작년 12월 31일 기준 대한민국 2030 인구는 총 1367만 명이다. 현재 흐름에선 `콘크리트 지지`와 무관한 `캐스팅 보터`의 출현이다.

이들의 이번 선택은 뭘 의미할까. 제발 우리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2030의 외침. 제발 공정·경제·평등의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국민의 명령 아닐까.

백승목 서울지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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