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매입 공무원 19명 중 수사의뢰 1명 뿐
의혹 해소 17명 내부 종결했지만 도안서 시세차익 올린 공무원 다수
2차 조사 계획 없어…'찻잔 속 태풍' 지적

서철모 대전시 행정부시장이 15일 부동산 투기 시·구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대전시 제공
서철모 대전시 행정부시장이 15일 부동산 투기 시·구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대전시 제공
대전시가 소속 공무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가 겉치레에 그친 게 아니냐는 비판에 휩싸이고 있다. 일부 공무원들이 적게는 수천만 원, 많게는 억 단위에 이르는 시세차익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지만, 시는 `직무 정보를 이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놓았다.

15일 대전시에 따르면 부동산 투기 시·구 합동조사 결과 일부 공무원들이 개발 지구 지정 전 땅을 매입한 후 되파는 방식으로 상당 금액의 시세 차익을 거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5개 자치구와 대전도시공사 전 직원 95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19명이 도시·택지개발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 등에서 땅을 매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의 소속 기관은 각각 시 본청 4명, 소방본부 3명, 중구 2명, 서구 5명, 유성구 4명, 도시공사 1명 등으로 확인됐다.

대전시 서철모 행정부시장은 이날 합동조사결과 브리핑에서 "취득세 부과자료 등을 토대로 토지거래 사실을 확인한 결과 조사대상에 포함된 곳에 토지를 취득한 공무원 19명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부동산실명법을 어긴 구청 공무원 1명을 경찰에 수사의뢰하고 혐의점을 찾기 어려운 17명은 내부 종결 처리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앞서 정의당이 차명 투기 의혹을 제기한 시 공무원 1명은 경찰 내사가 진행 중이라고 부연했다.

경찰 수사를 받게 된 구청 공무원은 밭과 과수원 등 3필지를 명의신탁으로 취득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부 종결 처리해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한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시는 직무정보를 이용했다고 보기 어렵고, 법령 위반 혐의점도 없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시청 안팎에서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없지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시 조사결과에서 내부 종결 17명 중 7명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땅 20필지를 매입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 개발 이익이 기대되는 도안지구에 집중된 것으로 파악됐다. 도안 2-2 블록(4필지), 도안 2-3블록(6필지), 도안 2-5블록(3필지) 등에 매입 수요가 몰렸다. 특정 공무원은 도안 지역 개발 지정 전, 빠르게는 4년 전에 땅을 매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공무원은 도안지역 땅을 매입 한 뒤 3년 반 만에 되팔아 1억 1000여만 원의 시세 차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서 부시장은 "토지담보대출, 신용대출, 가족 간 증여 등을 통해 부동산 매입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파악, 금융거래내역은 모두 소명됐다"며 "일부 공무원이 다수 필지를 취득해 시세차익이 발생했지만, 내부 정보를 이용한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수익이 기대되는 지역에 토지를 매입한 공무원은 있지만 투기 의혹을 뒷받침할 근거가 없다는 게 전수조사를 마친 시의 공식 입장이다. 조사 대상을 공무원 본인으로 한정,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등에 의한 투기여부를 잡아 내지 못한 것도 `생색내기`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조사대상엔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명의로 이뤄진 부동산 거래 내역은 제외됐다. 공무원은 부패방지법 등에 따라 자체 조사가 용이하지만 가족의 부동산 거래 정보는 별도 동의서가 필요하다는 게 시의 해명이다. 시 관계자는 "수사권한이 있는 경찰 등이 동의서를 받아 조사하는 게 더 실효적이라고 판단된다"며 "경찰과의 공조체계를 강화, 관련 자료 요구 시 신속 대응하겠다"고 추가 조사 계획이 없음을 에둘러 설명했다.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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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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