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사업승인절차 많고 길게는 1년 이상 소요"
아파트 적기 공급 어려워 집값 폭등 원인 지적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대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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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역 주택건설업계에서 대전시 주택행정을 비판하는 날선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주택사업을 승인받는 과정에서 여러 규제의 허들을 차례대로 넘어야 하고 문턱은 높아 길게는 1년 가까이 소요되면서 원활한 주택 공급을 저해하고 있다는 호소다. 무려 8년 전 주택법이 개정돼 주택건설 인·허가 기간 단축을 위한 `통합심의`의 길이 열렸는데 대전시가 뒷짐만 지고 있다는 문제 제기로 받아들여진다.

대전에서 아파트 500가구 이상 주택건설 사업계획을 승인받으려면 통상 도시계획, 교통, 건축, 경관 등 4개 위원회 심의를 차례대로 통과해야 한다. 대전시는 현재 개별 위원회를 열기 전 최소 4차례에 걸친 관계기관·부서 사전협의 후 각 위원회 심의를 따로 개최하고 있다. 이중 건축과 경관이 합쳐져 도시계획→교통→건축·경관 위원회로 이어지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각 단계 심의 통과에 10개월은 기본이라고 입을 모은다. 건설업계 한 인사는 "각 단계별로 3-4개월씩 최소 1년 이상 지체되는 게 다반사라고 보면 맞다. 타지에서 온 업계 사람들은 대전시 행정절차가 유난히 빡빡하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말했다.

대전시의 `느림보 주택행정`이 지역 아파트 가격 폭등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기도 한다. 주택이 적기에 공급됐다면 아파트 값이 전국 평균을 훌쩍 웃도는 수준으로 널뛰지는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지난해 일반분양을 기준으로 지역내 아파트가 7000가구가량 분양돼 당초 계획 대비 60% 수준에 그치는 사이 대전 아파트 가격은 18.14%(전국 평균 7.57%), 전세가는 14.63%(〃 7.32%) 치솟았다. 신규 아파트 품귀가 매매·전세 가격 상승에 일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굼뜬 대전시와 달리 부산시와 대구시는 통합심의를 도입·시행하고 있다. 주택건설 활성화와 업계 지원,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적극행정 사례다. 부산시는 지난해 3월 전국 최초로 `주택사업 공동위원회`를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불합리하거나 과도한 규제를 개선하고 주택건설 인허가 기간을 단축한다`는 명분을 내걸었다. 건축·도시계획·교통·경관심의를 통합하면 최장 6개월내 절차가 완료돼 주택행정의 신속성과 신뢰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구시의회는 지난해 10월 `지역 건설산업 활성화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원안가결했다. 김원규 시의원(국민의힘)이 대표발의한 이 조례안은 `지역건설산업체가 설계와 시공에 각각 대표사로 참여하고 있는 주택건설사업에 대해 사업계획 승인과 관련된 도시계획·건축·교통·경관 등을 관계법령에 따라 통합 검토·심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적극적인 광역행정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건설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상호부조`의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대전시는 통합심의의 필요성에서는 공감한다면서도 제도 도입에는 난색을 표했다. 각 위원회 소관 법률이 상이하고 부서도 달라 통합작업이 쉽지 않고 특정부서로 업무가 몰릴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대전시 한 관계자는 "일부 건설업계에서 인·허가 과정 지연으로 주택공급사업에 애로가 있다는 민원이 이어져 통합심의 관련 타지 사례나 효과 등을 수집해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위원회별로 소관법령과 부서가 나뉘어져 있는 것을 합치려면 부서별로 협의가 선행돼야 하고 새로운 운영기준도 만들어야 하는데 누가 나서 총대를 메겠느냐. 쉽지 않은 문제다"고 말해 사실상 보류 입장을 밝혔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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