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 화가…21일까지 모리스갤러리서 개인전

이재윤 화가
이재윤 화가
서툴고 투박해보이는 붓을 따라가다 보면 `순전한 천진함`을 마주하게 된다. 잠시 멈춰진 시간, 캔버스 안에 피어나는 화가의 꿈과 고단이 피어난다. 그림 속에는 미처 우리가 알지 못했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가 꿈 꾸는 세상을 읽을 수 있다.

올해로 38살을 맞은 이재윤 화가.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이 화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화폭에 담는다. 그가 새해 첫 날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예술의전당 공연 일정을 훑어보는 것이다. 콘서트, 발레, 연극 등 이 화가가 보고 싶은 공연을 예매하고 나면 10-20개 정도의 관람 리스트가 쌓인다. 어릴 때부터 유난히도 예술에 관심이 깊었던 이 화가는 공연을 감상하고 나면 으레 작업실로 돌아와 연필을 든다. 그림을 그리며 그 날 봤던 공연을 되새김질한다. 화폭 위에는 그 날 무대 위에 올랐던 주인공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하고, 장화 신은 고양이, 백조의 호수 등 다양한 작품의 주인공들이 한데 모여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크리스마스의 풍경, 음악의 느낌 등이 이 화가의 시선과 스토리텔링을 거쳐 독창적인 작품으로 다시 창조된다.

늦깎이 공부를 하던 이 화가의 어머니가 동네 미술학원에 손 잡고 동행하면서 그림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그림과 사랑에 빠진 때부터 미술학원 선생님으로부터 가르침 받으며 2-30년을 그림과 함께 보냈다. 처음엔 양 손에 발현된 강직 증상으로 인해 연필을 집는 것도, 줄을 긋는 것도 쉽지 않았다. 1주일에 2번씩 총 6시간, 수차례의 연습과 피나는 노력 끝에 이 화가의 그림에는 힘이 붙기 시작했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선생님의 헌신과 지속된 노력으로 실력도 점차 발전돼 2012년부터는 여러 차례 개인전을 갖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공연 뿐 아닌 성서나 동화, 애니메이션 등 비현실적인 요소를 소재로 한 그림들이 많다. 그의 작품들 중 겉틀 안에 작은 틀이 구획된 작품은 화폭 안에 스토리를 온전히 담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시도한 흔적이다.

이야기 장면들 각각에 독자성을 부여하면서도 차곡차곡 정해놓은 자리에 배치해주면서 화가의 내면에 있는 악상들을 꺼내 놓는다. 어떨 땐 머릿속에서 화면을 분할해 전체 스토리의 주요 장면들을 함께 담아놓기도 한다. 기성 작품처럼 세련되거나 철학적 사유를 담고 있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것`에 대한 순수하고 진실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얼핏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밝고 선명한 천연색들의 절묘한 조합으로부터 발현되는 특유의 천진함을 들여다보면 지친 마음을 치유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마련된 이번 전시는 장애를 예술로 어떻게 승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화가는 동심 가득한 그림 속에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 마음에 한 줄기 위로를 전하고 있다. 박상원 기자·이태민 수습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