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실태조사TF 가동 느림보, 최근 일부 기관 원장 선임도 몇 개월 소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일부 조직 운영에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앞서 일부 기관장 선임을 두고 난항을 겪은 데 이어 직장 내·외 갑질 문제를 해결할 `출연연 갑질대응TF(가칭)`도 지지부진한 걸음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출연연을 관리·지원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 따르면 NST는 최근 갑질대응TF 구성을 완료하고 실태조사 용역을 준비 중이다. 간사는 NST 소속 1명이 맡았고, 일부 출연연 윤리경영실장, 갑질 관련 부서 관계자 등을 포함해 모두 5명으로 구성했다. 당초 올해 초 TF 구성 등 계획을 수립했지만,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관련 일정이 지연됐다. 계획상 실태조사 용역이 벌써 수립됐어야 했지만, 회의 일정이 미뤄지면서 입찰 공고도 이뤄지지 못했다. 용역 업체 선정을 서두른다고 해도 최소한 한 두 달 정도의 시간이 더 소요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갑질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 부처와 관계 기관이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출연연 직장갑질 문제가 해를 넘기고도 뚜렷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고 있어서다.

당시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은 NST가 제출한 `상호존중의 조직 문화 확산을 위한 과학기술계 인식도 조사` 보고서를 통해 출연연의 갑질 문제를 질타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26개 출연연 소속 응답자 중 29.4%가 내부 갑질에 시달렸고, 이 중 절반은 갑질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출연연 노조 한 관계자는 "출연연 갑질은 단순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코로나19로 일정이 지연되는 것은 이 문제를 도외시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의한 외부 갑질 문제도 지적된 바 있는 만큼, 정부와 NST가 모든 방안을 총동원해 근절 대책을 서둘러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유례 없는 코로나19 상황은 기관장 부재에도 영향을 미친 바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원장 선임을 위한 이사회 소집이 어려워 한국천문연구원장, 한국한의학연구원장 자리가 세 달째 공석을 면치 못하다 뒤늦게 선임됐기 때문이다.

NST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출연연 운영 등과 관련한 주요 일정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출연연의 원활한 지원·관리를 위해 갑질대응TF 등 주요 일정을 서둘러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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