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희 충남대 의과대학 재활의학교실 교수
조강희 충남대 의과대학 재활의학교실 교수
헬멧을 쓴 채 몸에 밀착된 원색의 멋진 자전거 전용 옷을 입고 벚꽃이 만개한 천변 자전거도로를 시원하게 달리는 라이더. 역시 멋진 등산복을 입고 배낭 메고 양손에 등산용 스틱을 잡고 한라산과 지리산을 오르는 전문 등산인. 이들을 보면 지금은 너무 바빠서 못하지만, 퇴직해 시간 여유가 있으면 "나도 꼭 해야지"란 생각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60세 전후로 퇴직한다. 고령자고용법에는 정년이 60세, 군 인사법에는 계급별 연령 정년이 대부분 60세 미만, 국가공무원법에는 60세 등으로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60세가 지나면 수십 년간 정든 직장을 떠나서 새로운 인생을 준비해야 한다.

한국인의 평균 기대 수명은 1970년대 62.3세, 1980년 66.1세, 2019년 83.3세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고, 평균 정년 나이인 60세의 기대 여명은 이보다 더 많은 약 25년이다. 즉 85세 까지가 기대 수명이다.

수명이 늘어난 만큼 병이 걸리지 않고 건강한 기간도 함께 늘어야 하지만 통계적으로는 건강수명이 정체 또는 약간 감소하고 있고, 기대 수명 중 유병 기간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는 오래는 살지만 건강하지 않은 상태로 남자는 약 15년, 여자는 약 20년을 살게 된다(2018년 통계). 그래서 인지 퇴직한 후 대부분의 한국인은 건강이 최대의 관심사다. 운동, 체중 관리, 식사 등에 많은 신경을 쓴다.

이 가운데 자전거 타는 운동을 소개하고자 한다. 자전거를 1시간 타면 360㎉ 정도 열량이 소모되는 효과가 있어 비만 관리에 보약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1시간 동안 타는 자전거 운동은 1만 보 이상 걷는 효과가 있다. 비만인 경우 달리기나 걷기 운동은 과체중 때문에 허리와 다리 관절 손상 위험이 있지만, 자전거 운동은 상대적으로 그런 위험이 적다. 하지만 위험성도 있다. 특히 실외에서 자전거 운동 중 가장 많은 손상 원인이 낙상이다. 노면이 비나 겨울철 얼음으로 미끄러지거나, 다른 자전거 또는 자동차와 접촉사고가 발생하곤 한다.

경미한 자동차 사고 시 안전벨트, 에어백, 자동차 차제 등으로 운전자가 보호되지만, 자전거는 헬멧을 제외하고는 멋진 전용 의복과 자전거 운전 실력 만이 사용자를 지켜주어서 빠른 속도에서 단순히 넘어지더라도 심각한 부상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경추부 손상이 되면, 더구나 노년기에 척추의 퇴행성 협착증이 있으면 단순 낙상으로도 심각한 부상을 초래할 수 있다. 자전거는 균형을 잘 맞추면서 충분한 속도를 내면서 자전거 타고 달리기 위해선 최소 1만 시간 이상 훈련 기간이 필요하고, 이는 자전거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운동이나 훈련에도 작용된다. 즉 정년 퇴직 후 신체 기능이 20대와는 현저하게 떨어진 상태에서 낙상 위험이 높은 운동을 퇴직 후 새로 시작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실외보다는 실내에서의 자전거 타기를 권하고, 요즘은 가상현실과 실내자전거를 이용해 마치 실외에서 경주를 하듯이 자전거를 탈 수도 있다.

필자는 척수 손상 재활 치료가 주 전공 분야다. 척수는 뇌를 제외한 중추신경이다. 척추골절, 추간판 탈출증, 협착증 등으로 한번 손상이 되면 사지 또는 하지 마비를 발생시킨다. 급성기치료와 재활치료 후에도 많은 장애를 초래해 환자는 물론이고 가족에게 심각한 부담을 초래한다. 저자가 진료한 환자 중 정년 퇴직 후 건강관리를 위해 자전거 운동 중 경추골절로 인한 경수손상과 사지마비, 호흡장애, 배뇨장애 등 발생한 환자가 여러 명 있었다.

모든 운동, 특히 퇴직한 이후인 노년기 운동은 과유불급이다. 충분히 안전하면서 효과적인 운동을 해야 한다. 새로운 운동, 즉 젊은 시절에 전혀 하지 않거나, 했더라도 익숙하지 운동은 권하지 않는다. 이제 퇴직하는 우리시대의 주인공들은 유례 없는 코로나19 유행병을 겪으면서, 동시에 운동해서 노년기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 아직 퇴직하지 않은 미래의 주인공은 퇴직한 후에도 친구나 가족과 할 수 있는 운동을 미리 골라서 열심히 하기를 추천한다. 그래야 의사 안보고 오래 산다.

조강희 충남대 의과대학 재활의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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