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원을 만나다 - ⑤ 이계양(민주당 비례대표)
도민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끊임없이 공부
당진 땅 빼앗긴 건 가장 화나고, 가슴 아픈 일

충남도의회 이계양(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안전건설소방위원장) 의원사진=정성직 기자
충남도의회 이계양(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안전건설소방위원장) 의원사진=정성직 기자
아마도 그는 안치환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란 노래를 좋아할 것 같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그가 강조한 것은 사람이었다. `사람 속에 사람이 있다`는 생각으로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충남도의회 이계양(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안전건설소방위원장) 의원. 유신시대를 지나 신군부까지 고등·대학시절 민주화를 생각한 그다. 민주화를 위해 한창 데모를 하고 다니던 그도 시골에 계신 부모님의 생각을 거역하지는 못했다.

이 의원은 "대학 4학년 때 아버지가 환갑이셨다. 부모님이 언제 죽을지 모르니 결혼을 하라고 하셔서 그때 결혼을 하게 됐다"며 "다 그렇지만 결혼을 하다 보니 민주화 운동보다는 먹고 살기 위한 취직을 생각해야 했고, 그렇게 들어간 곳이 철강회사였다"고 회고했다. 철강회사에 입사한 지 5년 만에 과장에 진급할 만큼 인정도 받았다.

그러나 그는 퇴사를 한 뒤 7-8년 직장생활을 하면서 모은 2000만 원을 가지고 돈을 벌기 위해 90년대 초 파이프 사업을 시작했다. 번 돈을 사업자금에 쓰다 보니 몇 년 동안 방 한 칸에 살면서 고생도 많이 했다. 파이프 사업이 녹록치는 않았지만 그래도 여러 어려움을 이겨내고 30년을 버텼다.

제법, 생활이 윤택해지자 민주화 운동을 하던 옛 기억이 떠올랐다. 사업을 하다 보니 드러내놓고 표 나게 정당 생활을 할 수 없었지만 민주당 관계자들을 만나 지속적인 관계의 끈은 유지했다. 그러던 중 2017년 당이 도의원 출마를 권유했고, 경선을 통해 비례대표 2번을 받았다. 그렇게 그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2018년 도의원이 됐다.

도의원 배지를 달고 그가 마주한 도의원 생활은 괴리감이 컸다. 이 의원은 "도의원이 되고 나서 깜짝 놀랐다. 의원이 되면 무게를 잡고 남들에게 보여주기식인줄 알았는데 와보니까 그렇지 않았다"며 "도의원도 공부를 안 하면 안 되는구나 생각을 했고, 2년 간 밤잠을 못자면서 많은 공부를 했다. 도의원 되더니 공부만 하고 있느냐는 소리도 들었지만 진짜 열심히 한 만큼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는 그다. 조례제정, 도정질의, 연구모임 등 부족한 부분은 배움으로 채웠다. 도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 다닌 시간들이었다.

이 의원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물 관리다. 산골에서 흐르는 물 빼고는 거의 대부분 물이 병들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병들어 있는 물을 관리하지 못하면 우리의 삶도 망가질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 그래서 관련 조례도 만들고, 연구모임을 통해 신기술 업체들과 연구 중이다.

수소산업도 마찬가지다. 기후변화로 우리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세상의 90%를 차지하는 수소를 이용, 에너지로 사용하면 기후정책의 큰 변화가 있을 것이란다. 일본의 경우 수소시티가 있는데, 충남도 자유특구지역에 수소시티를 만들자는 것이다. 환경이 해결되면 경제도 해결된다는 믿음이 있다.

가장 아쉽고, 가슴 아픈 일은 고향인 당진시의 도계문제다. 당진시와 평택시의 해상매립지 관할권 얘기다. 20년간의 갈등, 6년간의 법정 다툼이었다. 당진시민들은 5-6년간 촛불 집회를 했고, 1인 시위를 하는 등 당진 땅을 찾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도의원이 되기 전부터 이 문제는 관심을 가졌던 사안이었고, 도의원이 되고 나서 제일 먼저 5분 발언과 도정질의 등을 통해 관심을 촉구했지만 그게 다였다. 대법이 평택시 손을 들어주면서 이런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지만 그 울분은 아직도 여전하다.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도의원으로 무기력한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는 "당진 땅을 빼앗겼을 때 속된 말로 죽을 것 같았다. 지금도 이 이야기만 하면 화가 나고 가슴이 뛴다"며 "GRDP를 보면 우리가 3위이고, 경기도가 2위인데 순위는 한 단계 차이지만 인구, 국회의원 수, 중앙정부의 힘 등 많은 것이 차이가 난다. 힘의 논리에서 졌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충남에서 가장 아쉬운 게 지식산업이라고 했다. 충남에 변변한 연구소가 없다는 것. 충남 발전을 위해 공단이 생기는 것 보다는 연구소를 많이 유치해서 이들의 연구실적을 충남기업에 나누는 것이 훨씬 좋다고 했다. 그는 지식산업이야말로 경제를 일으키는 허브라고 생각한다.

도민들에게 `최소한 사람을 무시하지 않는 의원`이란 말을 듣고 싶다는 이 의원이다. 잘하느냐 못하느냐, 부자냐 가난하냐, 똑똑하냐 안 똑똑하냐 등 사람을 이분법적으로 판단하고 싶지 않다. 그저, 사람이 중심인 사회를 바랄 뿐이다. 박계교·정성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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