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경 대전을지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김대경 대전을지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보톨리눔 톡신은 클로스트리움 보툴리눔이란 균에서 유래한 독소로, 신경말단에서 분비근육 수축을 위한 전달 인자의 작용을 방해해 근육 마비를 유도한다. 인체에 치명적이어서 현재까지 알려진 독극물 가운데 가장 독성이 높다. 치사량 기준으로 복어 독보다 수백만 배, 청산가리 화합물보다는 수천만 배나 독성이 강하다.

이 까다로운 물질을 의학적 사용이 가능하도록 세계 최초로 정제한 기업이 앨러간이며, FDA 허가를 받아 상용화한 제품명이 바로 보톡스다. 보톡스가 성형외과에서 주름살 제거 시술에 사용되면서 빅히트를 치게 됐고, 보툴리눔 톡신을 대표하는 명칭으로 흔히들 쓰이고 있으나 엄밀히 말해 보톡스는 성분명이라기보다는 상품명이다.

보툴리눔 톡신은 주름살 제거 시술 외에도 사각턱 교정, 눈꺼풀 경련 등의 치료에도 사용되는데, 공통적인 작용 기전은 관련 근육 일부를 적절하게 마비시키는 것이다. 종아리 근육이나 어깨의 승모근에 주입해 근육의 부피를 줄일 때도 쓰이며, 만성편두통에 통증 감소를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필자의 전공과목인 비뇨의학과 영역에서는 과민성 방광의 치료에 보툴리눔 톡신이 사용된다. 과민성 방광이란 소변이 갑자기 급하게 마려운 증상인 요절박을 주증상으로 하는 배뇨장애 관련 질환이다.

방광에 소변이 채워지면서 일정량 이상 많아지게 되면 요의, 즉 소변이 마렵다는 느낌이 오게 된다. 처음 요의가 왔을 때 그 시점에서 소변을 보러 갈 수도 있지만, 주변에 화장실이 없거나 진행 중인 일이 있어 당장 소변 보기가 어려울 경우 참아야 한다. 이 경우 대부분 요의가 자연스럽게 감소했다가 일정 시간 후에 다시 조금 더 강한 요의가 오게 된다. 이때 다시 배뇨를 참을 경우, 요의가 서서히 증가해 마침내는 화장실로 급하게 달려가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때로는 요의가 처음 오자마자 갑자기 증가해서 급하게 마려운 경우가 있다. 이런 증상을 요절박이라 한다. 대부분 방광염에 걸렸을 때 요절박 증상이 동반되곤 한다. 이 경우에는 방광염이 치료되면서 자연스럽게 요절박 증상이 사라진다. 그런데 방광염이나 요로결석 등의 특별한 원인 질환 없이도 요절박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를 과민성 방광이라고 한다.

가벼운 과민성 방광 증상이 있을 때 우선 실행해 볼 수 있는 것은 방광 훈련이다. 방광 훈련이란 소변 마려운 신호가 왔을 때 배뇨를 살짝 미루는 것인데, 처음에는 5분 정도 지연시키는 것으로 시작해서 차차 시간을 늘려간다. 이 방광훈련을 꾸준히 하게 되면 방광의 기능성 용적, 즉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소변량이 늘어나게 되는 효과가 있다. 단, 방광기능에 이상이 있어 소변 본 후에도 잔뇨가 많이 남는 경우에는 시행하면 안 되므로 전문의와 상담 후 시행하는 게 좋다.

병원에서 과민성 방광의 치료를 위해 흔히 시행하는 것은 약물치료다. 치료 약물의 주된 효과는 방광근을 이완시켜 방광용적을 늘리고, 방광근이 갑자기 수축해 요절박 증상이 오는 것을 막아준다.

대부분의 과민성 방광은 방광 훈련과 약물 치료에 의해 증상이 호전된다. 일부 난치성 과민성 방광의 경우 약물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데, 이때 사용할 수 있는 다음 단계 치료가 방광근에 보툴리눔 톡신을 직접 주입하는 요법이다.

치료 원리는 근육을 마비시키는 톡신의 약리 효과를 방광근에 적용하는 것으로, 방광근 이완에 의해 방광의 기능적 용적을 증가시켜 요절박 증상이 개선된다. 방광 전체에 톡신이 주입되면 방광근이 전부 마비돼 소변을 아예 보지 못할 수 있으므로 전체 방광이 아닌 특정 부위에 정해진 용량만을 투여하게 된다.

방광 내 톡신 주입술의 효과는 주입 후 3-4개월 정도 유지되며, 그 이후에는 약효가 떨어져 재시술이 필요할 수 있다. 이것은 주름살 제거술을 비롯한 거의 모든 보툴리눔 톡신을 사용하는 시술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한계이자 일종의 안전장치라고도 할 수 있다.

과민성 방광은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환은 아니지만 심할 경우 일상과 사회 활동에 장애를 줄 수 있다. 과민성 방광 진단을 받고 방광훈련과 약물치료에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면 보툴리눔 톡신을 이용한 치료에 대해 전문의와 상담해 볼 것을 권한다.

김대경 대전을지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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