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만에 매도 우위 전환 거래량 반토막
6월 세금 인상 우려 대전도 매물 증가세

[사진=대전일보DB·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사진=대전일보DB·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세종 아파트 매매시장이 `사자`에서 `팔자` 기조로 돌아섰다. 매수 심리가 한풀 꺾이며 팔려는 사람이 많은 `매도 우위` 추세는 2019년 12월 이후 1년여 만에 처음이다.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등 세금 인상이 예고된 6월 전 처분을 염두에 둔 이른바 `절세 매물`이 풀리기 시작했다는 하나의 시그널로 업계는 받아들인다. 매물이 쌓여가는 속도를 거래가 받쳐주지 못하면서 가격 하락 국면이 현실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규제지역으로 묶인 대전도 견고한 매수 강세의 시장이 매도 우위를 향해 반전하며 보폭을 맞추고 있다.

11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을 보면 4월 첫째주(5일 기준) 세종지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4.6으로 전주(104.5) 대비 9.9포인트 빠졌다. 세종의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100) 아래로 떨어진 건 2019년 12월 둘째주(96.5)로부터 1년 5개월 만이다. 이 지수는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100보다 작으면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얘기다.

세종에서 아파트 매물 증가 흐름은 뚜렷하다. 부동산빅데이터 아실에 따르면 11일 기준 세종지역 아파트 총매물(매매+전세+월세)은 5717건으로 한 달 전(5440건)에 비해 277건(5.1%), 두 달 전인 2월 11일(5169건)과 비교해선 548건(10.6%) 늘었다. 온라인에선 급매물도 눈에 띈다. 올 1월만 해도 6억 원에 거래되던 행복도시내 전용면적 59㎡ 한 아파트로 호가는 5억 7000만 원이다. `5월 말 잔금 조건이면 가격협의 가능`이라는 단서까지 붙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로 지난 3월 이미 같은 평수 아파트가 5억 5000만 원에 손바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매물은 2000만 원이 기본으로 빠지고 추가 협상으로 가격 내림 폭을 키울 여지도 있는 셈이다. 실제 도담동 같은 면적 한 아파트가 올 1월 6억 원에서 3월초 7000만 원이 증발한 5억 3000만 원에 매매됐다. 또 소담동의 전용 84㎡ 아파트에서는 3월 한 달 동안 9억 3000만 원에서 8억 4800만 원(8200만 원↓)으로, 반곡동 전용 96㎡ 아파트는 15억 원에서 13억 5000만 원(1억 5000만 원↓)으로 거래되는 등 세종 곳곳에서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

대전지역 아파트의 매도 강세도 서서히 감지되고 있다. 4월 첫째주 대전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9.9로 전주(115.6)에 견줘 5.7포인트 떨어졌다. 수치상으론 여전히 매수 우위 시장이지만 매물이 지난 2월 11일 9397건에서 3월 9612건, 이달 9820건으로 증가세가 확연하다. 업계에서는 2019년 7월 둘째주 이후 1년 9개월 동안 지속돼온 매수장이 매도장으로 전환하는 건 시간문제라는 진단이 나돈다. 아파트 처분을 마무리하는데 통상 1-2개월가량 걸린다는 점에서 4-5월 절세 물량이 집중적으로 쏟아질 시기이기 때문이다.

아파트 매물이 증가하는 것과 달리 매매거래 감소세는 도드라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원의 아파트 매매 거래현황을 보면 지난해 12월 1120건에 달했던 세종 아파트는 올 1월 877건에 이어 2월엔 471건으로 반토막 났다. 대전 역시 같은 기간 2701건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1696건으로 40% 가까이 크게 줄었다. 지역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실거래가 대비 10%정도 빠진 매물이 세종 전체적으로 골고루 나오고 있고 급매물도 심심찮게 보이지만 문제는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6월 이전에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한 매물이 많이 나올 것이란 기대와 그간 가격 상승에 대한 피로감이 겹쳐 `잘못하면 상투 잡는다`는 걱정에 매수를 꺼리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문승현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