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섭 편집부장
송원섭 편집부장
‘모든 중국인을 죽여라’ 뉴욕 브루클린 지하철역에 누군가 영어로 이런 글을 써놓았다. 지나는 사람들이 보기만 해도 왠지 섬뜩한 느낌이 들 정도다. 최근 미국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증오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장소도 불문이다.

마사지숍에서 총기를 난사해 아시아계 여성 6명이 사망하는가 하면 길거리에서 80대 한인 노부부를 10대 청소년이 마구 폭행하고,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여성을 이유 없이 발로 차 넘어뜨리고 주먹으로 무차별 가격한다. 또 대낮에 한 흑인 청년이 한인 편의점에 들어와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며 다짜고짜 쇠막대기를 휘둘러 기물을 파손하기도 한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보안요원은 못 본 척 슬그머니 문을 닫아버린다. 미국은 지금 아시아인에게 공포의 나라로 변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주요 16개 도시에서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는 전년보다 149% 증가했다. 굳이 원인을 찾자면 오랜 기간 뿌리 깊은 차별과 인종주의를 꼽을 수 있겠지만 일부에서는 코로나가 전 세계로 확산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를 중국 바이러스 즉 ‘쿵 플루’(쿵푸와 독감을 합성한 말)로 조롱하면서 급격하게 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다 못한 한인들이 행동에 나섰다. 미국 각지에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규탄대회를 열고 뉴욕에서는 증오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TF도 구성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아시아계 미국인을 공격하고 비난하는 것은 중단해야 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쯤 되면 강력한 처벌과 효과적인 예방책이 뒤따라야 한다.

차별은 꼭 폭력적인 행동으로만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양쪽 눈을 위로 찢는 시늉을 하거나 귀를 양손으로 잡아당기며 혀를 내미는 행위 등은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대표적인 인종차별적 제스처다. 한 팬이 축구선수 손흥민에게 한 DVD 발언이나 흑인 선수에게 바나나 껍질을 던지는 행위도 이와 다르지 않다.

누구든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황당한 일을 당하면 신체적 피해는 물론 정신적인 고통과 충격은 오래 남는다. 한 카피가 눈에 띈다. ‘인종차별은 자기가 멍청하다는 것을 광고하는 것이다’ 송원섭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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