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완 신협중앙회 대전충남지역본부장
손재완 신협중앙회 대전충남지역본부장
`구조도 최악인데 방향까지 최악이다. 죄다 북향~`, `분양가도 엄청 비싸요`, `구조 하~`

`유상옵션 과다로 가격 장난질에 평면도까지 장난질`

지난 2월 세종에서 분양한 모 아파트관련 게시판에 분양 전 올라온 글들로 부정적인 내용이 유난히 많았다. 청약을 하지 않겠다는 글에 동감의 댓글도 많이 달렸다. 그런데 청약결과는 최고 경쟁률 1976:1. `북향이라 청약 안 한다더니~`라는 한숨 섞인 말, 당첨 안 된 것에 대한 아쉬움, 높은 경쟁률에 놀라는 반응이 청약당첨 발표 후 이어졌다. 묻지마식 투자의 단상이다.

비정상적인 경제 현상은 과거에도 있었다. 경제사 최초 버블의 대상은 아이러니하게도 꽃이었다. 17세기 초 네덜란드에서는 튤립 한 송이 가격이 3000길더까지 치솟은 후 불과 4개월 만에 99% 폭락했다. 그 이후 영국에서도 버블이 발생하였다. 보물선 인양사업을 하던 회사인데 만유인력을 발견한 세기의 석학 아이작 뉴턴마저 이 회사에 투자하여 현재가치로 수십억에 달하는 2만 파운드의 손실을 보고 말았다. 이 일로 뉴턴은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측정할 수 없다"는 말로 버블의 위험을 경고하기도 하였다.

최근 우리 주변에 부린이, 주린이라는 신조어가 많이 들린다. 지금까지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 경험이나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까지 새롭게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아파트를 한 채 가진 사람은 그냥 살집이기 때문에 올라봐야 별 의미없다는 시큰둥한 표정이지만 아파트가 없는 사람의 머릿속은 `더 늦기 전에 빚을 내서라도 사야 하나`라는 불안감으로 복잡하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코스피 급락 후 재빠르게 투자에 참여한 사람은 자신의 실력(?)을 무용담처럼 뽐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소문난 잔치에 나만 소외된 것 같은 상실감에 빠지고 만다.

지난 2011년 가을에는 금융위기의 주범인 금융회사들의 부도덕과 탐욕을 질타하며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OWS)`는 분노의 시위가 미국 전역을 휩쓸기도 하였다. 요즘 한국 사회에 일고 있는 부동산과 주식 열풍은 금융위기 직전의 미국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영끌, 빚투라는 단어가 이를 증명해 준다. 버블이 더 커지기 전에 빚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OWS 시위에서는 탐욕적인 금융의 대안으로 `신협으로 계좌를 옮기자`는 운동도 더불어 이루어졌음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융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역할을 잘 수행할 때 대중으로부터 그 존재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신협은 일부 자본가의 금융독점과 은행의 턱이 높아 금융의 혜택을 받지 못해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한 선각자들의 노력으로 탄생하였고 스스로를 구제하기 위해 만든 순수민간 금융협동조합이다. 겉모습은 시중 금융회사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그 내면은 태생이 정의롭고 자조적(自助的)이기 때문에 시스템과 하는 역할이 남다르다.

빚은 허황된 꿈을 좇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빚은 일시적인 금융 갈증을 해소하거나 사회적 가치를 확대하는데 쓰일 때 정당성의 빛을 발하게 되고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일확천금의 환상에서 벗어나 지혜로운 빚 잔치(?)를 하자. 그리고 금융회사를 선택할 때도 포장된 브랜드나 인지도, 규모로 판단하지 말고 국가와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금융이 어떤 금융인지 잘 살펴보자. 수익만을 추구하지도 않고 모든 수익을 이용자와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금융이 있다면 어떤가? 금융의 참모습을 찾아 세상을 어부바하고 싶은 신협, 참 괜찮은 곳이다. 손재완 신협중앙회 대전충남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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